국민연금공단이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의 한미약품 사내이사 진입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데 대해 임 이사가 '유감' 입장을 표명하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한미약품은 오는 1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임종윤 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를 사내이사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남병호 헤링스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지난해 말 기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41.4%의 지분율로 압도적 최대주주인만큼 안건은 무난히 통과될 전망이다. 주총 이후에는 임종윤 이사가 한미약품 대표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미약품 지분 9.95%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은 이번 선임안 중 임 대표를 제외한 3인의 이사 후보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이유는 제각각이다. 임 후보는 이사회 참석률, 신 후보는 과도한 겸임, 남 후보는 회사와의 이해관계가 문제가 됐다.
국민연금공단의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은 이사 후보에 대해 ▲과도한 겸임으로 충실한 의무수행이 어려운 자 ▲이사회 참석률이 직전 임기 동안 75% 미만이었던 자인 경우 등,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법률자문·경영자문 등의 자문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등 회사와의 이해관계로 인해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이 훼손된다고 판단되는 자인 경우 선임안건에 대해 반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앞서 지난 3월 임종윤·종훈 형제와 송영숙·임주현 모녀가 정면으로 대결했던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는 모녀 측이 내세운 이사 후보들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한다"며 모녀 측의 편을 들은 바 있다. 이어 이번 한미약품 주총에서도 임종윤 이사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임 이사는 낮은 이사회 참석률에 대해 "당시 한미약품 이사회는 경영권 분쟁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사모펀드 측 인사들, 이들과 공조한 기존 이사진들이 장악한 곳이었다"며 "이사회 멤버로서 거부권을 행사하기 위해 불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표면화하기 전부터 사모펀드가 주도해 본인을 업무 등에서 배척시키는 한편 조직을 장악하기 위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경영권 분쟁으로 한미사이언스 지주사에서 배척된 상황에서 자회사인 한미약품 이사회에 참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임 이사 측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아니라 사모펀드가 상장 기업의 가치를 훼손해가는 상황이었다"며 "경영자로서 정당한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이사는 "국민연금공단에서 단순히 이사회 참석률만으로 주총 안건에 반대의견을 행사한다는 것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자는 현시대의 흐름에 오히려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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