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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2014·2020년과 다른 18일 집단휴진…여론은 왜 싸늘해졌나[의정갈등 긴급점검](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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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총파업에 비해 여론 싸늘
명분도 실리도 부족
직역이기주의 시선 팽배
강대강 대치는 공멸
협의회 구성해 협상안 도출해야

편집자주의정갈등이 넉 달째로 접어들었지만 의대생·전공의에 이어 교수들까지 집단휴진에 나서면서 극한대치가 장기화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증원 원점 재검토 요구로 초강수를 두고 있고, 정치권은 의사들을 ‘기득권 엘리트 집단의 직역이기주의’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국민들의 의료재앙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2025년도 의대 증원 1500명이 확정된 현 시점에서, 의료개혁의 남은 뇌관을 긴급점검한다. 의정갈등이 파국으로 치닫으면서 가려졌던 의료개혁의 본질과 핵심, 당면 현안을 짚어보고 우선순위와 향후 대안 등을 정리해본다.
2000·2014·2020년과 다른 18일 집단휴진…여론은 왜 싸늘해졌나[의정갈등 긴급점검](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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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이 오는 18일 집단휴진을 예고했지만 국민여론은 싸늘하다. ‘고소득·전문직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의사들의 이번 총파업을 ‘기득권 지키기’로 보는 시선이 팽배해서다. 실제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결과 85.6%가 ‘의사들은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환자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미 교육부를 거쳐 각 대학의 입시요강으로까지 발표된 2025년 1500명 증원에 대해 의협이 ‘원점재검토’를 요구하는 것부터가 비현실적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이번 증원은 의사 자원부족에 대한 정부의 대응 차원으로 봐야 한다”면서 “불가역적인 증원 결정을 백지화하는 요구는 무리”라고 했다. 2025년도 증원은 확정됐으니 이듬해인 2026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의 ‘명수 조절’을 합의하는 선에서 정부와 협의를 시도해야 한다는 타협론도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의협이 주장하는 원점재검토가 된다 해도 50만 수험생의 저항이 만만치 않고 더 큰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고 봤다.

역대 총파업에 비해 국민여론 싸늘...명분도 실리도 부족
2000·2014·2020년과 다른 18일 집단휴진…여론은 왜 싸늘해졌나[의정갈등 긴급점검](下)

무엇보다 이번 총파업은 2000년(의약분업), 2014년(원격진료), 2020년(의대증원) 등 과거 사례와 성격이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양측이 한치의 타협점도 없이 대치하고 있는 상태에서 국민 여론은 전적으로 정부 편에 기울어져있기 때문이다. 2000년 김대중 정부의 의약분업 당시에는 동네의원 92%가 휴진하고 전공의들이 전격 사직서를 냈지만 정부가 수가를 인상하고 전공의 보수 개선, 의대 정원 10% 감축안을 꺼내들어 가까스로 타협점을 찾았다. 2014년 박근혜 정부의 원격진료에 반대한 총파업의 경우에도 의정 합의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일단락됐다. 2020년 문재인정부가 추진한 의대증원의 경우는 원점 재논의로 백지화됐지만, 당시에는 코로나19라는 예외적 변수가 있었다.


총파업 추진 강경론자들은 그동안 의료 서비스 전반의 ▲무한경쟁 구조의 의료영리화, ▲공공의료 투자의 미비, ▲만성 저수가를 언급하기도 한다. 1977년 건강보험료를 재원으로 만든 가성비 좋은 의료시스템이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대학병원의 열악한 사업구조도 반대 논거 중 하나다. 전공의들이 낮은 임금과 긴 노동시간을 버텨온 것은 향후 경제적 보상과 높은 사회적 대우 때문인데, 증원 결정은 그 유인과 동기를 약화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들은 다른 트랙으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종합병원 교수는 “공공병원인 서울대병원부터 나서서 무기한 휴진에 들어갔는데, 이 시점에서 공공의료시스템이나 의료 시장화 전체를 근거로 전선을 확대하는 것은 20년 전부터 나오던 냉소주의다. 그 논리로 의료개혁을 반대하는 것은 논점 이탈”이라고 했다.

힘겨루기식 강대강 대치는 공멸...8인협의회 구성해 협상안 도출해야

2000·2014·2020년과 다른 18일 집단휴진…여론은 왜 싸늘해졌나[의정갈등 긴급점검](下)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의료계 안팎에서는 정부 측과 의료계가 한 스텝씩 물러서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와 의료계가 ‘힘겨루기’식으로 강대강 대치를 이어갈 경우 접점을 찾기가 어려워져서다. 특히 정부가 대학 총장을 압박해 휴학 승인을 불허하거나 직권명령을 남발하는 식의 강경일변도로 가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정 교수는 “인식에 따라 다르겠지만 의사(개원의)나 교수들의 파업은 참여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부도 직권명령을 자제하고 학생들의 휴학계를 받아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예방학과 교수는 “의사들이 대국민담화의 형식으로 국민들에게 집단행동의 명분을 설명하거나, 필수의료 패키지의 보완점을 토론하는 절차를 가졌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사견임을 전제로 “전국 의대 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표 2인이 모두 모여 8인 위원회를 만들어 합일된 안을 도출하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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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의료계가 92개 환자단체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환자단체들은 13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 넉 달간 집단행동으로 인한 장기간 의료공백으로 환자들은 큰 불안과 피해를 겪었다”면서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휴진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글 싣는 순서
<上>의대 광풍 불지만, 7625명 포개 수업...교육 질 우려
<中>증원은 불가역, 수가 인상·의료사고특례법 내실화가 핵심
<下>2000·2014·2020년과 다른 18일 총파업...의료계, 국민과 대화해야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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