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부터 엘리베이터 운행 중단된 인천 아파트
주민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살 수 있겠냐"
위급 환자 골든타임 놓칠 우려도
인천 15층짜리 아파트단지 엘리베이터의 운행이 전면 중단되면서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일부 고령층 거주자들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힘에 부쳐 외출조차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연합뉴스와 인천시 중구 등은 중구 항동7가 아파트 8개 동의 엘리베이터 24대 전체가 지난 5일부터 운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1990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최근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승강기 정밀안전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이 나오면서 승강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안전공단은 2021년 정밀안전검사 때 손가락 끼임 방지 장치 등 8대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조건으로 승강기 사용을 허가했다. 그러나 아파트 입주자대표회는 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전공단은 지난 1월 검사 때도 "4개월 안에 안전 부품을 설치하라"고 경고했으나, 이행되지 않자 결국 운행 불합격 통보를 했다.
최근 입주자대표회는 뒤늦게 돈을 모아 엘리베이터 업체와 승강기 부품 공사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부품 수급이 늦어지면서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승강기 운행이 전면 중단되면서 이 아파트 608세대의 주민들은 계단으로 생필품을 나르는 불편을 겪고 있으며 일부 고령층 거주자는 외출도 못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택배와 음식 배달 주문 역시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아파트 12층에 거주 중인 80대 김모씨도 병원 예약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지팡이를 짚은 채 걷고, 앉아서 쉬고, 다시 일어나서 걷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김 씨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숨이 가쁘고 죽겠다"고 토로했다. 이외에도 주민들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살 수 있겠느냐. 입이 바싹바싹 마르고 죽겠다", "먹는 게 원래 무거운데 그걸 15층까지 사람의 힘으로 순전히 옮겨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구급대원들도 고층까지 계단을 올라 응급환자를 구조해야 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위급 환자가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흡곤란을 겪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해야 하는 골든타임은 4분 내외다. 승강기 미작동으로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커진 셈이다.
인천시 중구는 엘리베이터 부품 공사에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어 주민 불편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 들어 이 아파트와 같이 운행 불합격 판정을 받은 승강기는 전국적으로 407대(4월 기준)에 달한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 관계자는 "현재 승강기 부품 제조업체와 설치업체를 접촉해 최대한 부품 공사를 앞당기도록 조율하고 있다"며 "조속히 승강기 운행을 재개할 수 있게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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