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대상 현장 활용법 강의
질문 잘못하면 초보수준 결과물
질문 잘하면 주총보고서도 작성
“지금 필요한 건 변호사 한 명 한 명이 AI를 수준 있게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일입니다. AI가 홍수라면, 둑은 무너졌습니다. 살아남으려면 헤엄치는 법부터 배워야죠.”
법조인들을 대상으로 법무에 AI를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는 조우성(55·사법연수원 23기) 머스트노우 대표변호사는 닥쳐온 ‘AI 법무 시대’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AI에 보다 친숙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1997년부터 18년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기업분쟁, 계약분쟁 전문변호사로 일한 뒤, 2016년 법률사무소 머스트노우를 개설했다. 본업인 변호사 활동 외에도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커뮤니케이션·마케팅 강의 등을 해왔다.
2022년 오픈AI가 출시되자 그는 “석기시대에 기관총이 떨어진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고 표현했다. 스스로 오픈AI를 섭렵하고, 이후 CHAT GPT 4.0, 구글 바드, 네이버 클로바X 등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유튜브 등으로 공부하며 터득한 노하우를 페이스북에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게 입소문을 타 기업 관계자와 ‘페친’들에게서 강의 요청이 들어왔다. 강의 수요가 점차 늘어나자 그는 지난 4월부터 강의실을 마련해 본격 AI법무 강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약 두달 동안 수강생은 200명에 달한다.
그의 강의 주제는 ‘AI와 대화하는 방법’으로 요약된다. 약 200개의 프롬프트(명령어)를 수강생들에게 제공하고, 40여 사례에 수강생들이 직접 적용해보도록 하는 실습 위주의 강의다. 그는 “질문에 따라서 대화하는 AI의 수준이 달라진다”며 실제 강의에서 다룬 적 있는 사례 하나를 소개했다. 에어프라이어 제조 회사에서 자사 제품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한 상황이다. 초보적 수준의 질문으로 AI에 맡길 수 있는 일은 보도자료 작성 정도에 그칠 것이다. 그러나 명령어를 숙지한다면 AI에게 사고 원인 분석, 나아가 리콜 문제로 인한 매출 하락 케이스를 다양하게 예상한 주주총회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시킬 수도 있다.
실제 수강생들의 ‘간증’도 이어진다. “중학생과 대화하는 것에서 박사와 대화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엄청난 무기가 생긴 것 같다” “실무에 적용해 업무가 열 배, 백 배 빨라졌다” 등 업무 시간이 대폭 감소했다는 의견이 다수다. 조 변호사는 “지역 변?호사들의 경우 할 수 있는 업무가 다양해져 감사하다는 말씀들을 전해준다”면서 “M&A, 영문계약서 검토 등 기존엔 손사래치던 일들도 AI를 통해 비교적 수월하게 해내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AI가 미흡한 점도 있다. 근거 법령, 판례 등을 검색할 때 부정확한 답변을 내놓는 문제, 일명 ‘할루시네이션’ 현상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다만 조 변호사는 “AI의 부정확성은 추후 검토를 거쳐 고치면 될 일”이라며 “막연하게 AI를 위험한 물건 취급하는 건 큰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파트너 변호사들은 어쏘 변호사가 해온 업무를 검토하고 있다. AI라는 새로운 비서가 생긴 것뿐이지 기존 업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조 변호사는 머지않아 고객들이 AI가 써준 답변서를 들고 변호사를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로 그의 수강생인 기업 법무팀 관계자들 사이에서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기전 AI에 답변을 구하는 일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AI의 답변을 변호사가 준 답변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AI가 더 빠르고 정확하다고 말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변호사 직역?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AI의 답변을 부가가치화하고, AI보다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법률신문과 국내 전시업계 1위 메쎄이상이 공동 주최하는 ‘2024년 리걸테크 인공지능 특별 전시회(LTAS)’에서 1일차(26일)에 강연자로 선다. ‘법률분야에서의 생성형 AI의 적용 및 활용과 ‘슈퍼로이어’ 소개’를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그간 AI 행사에서는 너무 거대한 얘기만 들어서 실무에는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평들이 많았다”며 “이번 LTAS 강연을 통해 실무에서 어떻게 AI를 쓸 수 있고,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유지인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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