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이번 주 미국 주도 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회원국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한다. 중국 총리가 호주와 뉴질랜드를 찾는 것은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리 총리는 두 나라에 이어 올해 수교 50주년을 맞은 말레이시아도 공식 방문할 예정이다.
AP통신과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11일 정례브리핑에서 리 총리가 3국 총리의 초청으로 13~20일 뉴질랜드, 호주, 말레이시아 3개국을 공식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리 총리가 나흘 일정으로 오는 15일 호주를 찾는다고 확인했다. 리 총리는 호주 방문 기간 동안 앨버니지 총리와 회담하고 수도 캔버라, 서호주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앨버니지 총리는 "중국과 관계 안정화를 위한 또 다른 중요한 단계"라며 "중국 총리 방문은 호주 이익을 증진할 기회"라고 설명했다. 전날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 역시 성명을 통해 리 총리의 방문 사실을 확인하며 "양국 협력 교류에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 총리의 호주, 뉴질랜드 방문은 태평양 지역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심화한 가운데 미국 주도의 파이브 아이즈 회원국을 찾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호주의 경우 그간 중국과 경제 분야 등에서 극심한 갈등을 빚어온 국가기도 하다.
앞서 호주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 행보에 발맞춰 중국 화웨이를 5G 통신망 사업에서 배제하고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국제조사를 촉구했었고, 중국 역시 고율 보복관세로 맞섰었다. 다만 지난해 앨버니지 총리가 중국을 찾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는 등 노동당 정부 들어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과 호주는 아태지역의 중요 국가로 경제의 상호 보완성과 협력 가능성이 크다"며 리 총리의 방문을 계기로 호주와 고위급 교류를 강화하고 상호 이해와 신뢰를 증진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방문도 양국 간 경제 협력 강화가 중심이 될 전망이다. 뉴질랜드는 파이브 아이즈 구성원이지만, 중국이 최대 교역 상대국인만큼 그간 상당히 유화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뉴질랜드가 검토 중인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가입을 두고 중국이 노골적으로 반대하며 이와 관련한 논의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 총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주요 회원국인 말레이시아도 방문할 예정이다. 올해는 양국의 수교 50주년이기도 하다. AP통신은 그간 말레이시아가 호주와는 달리 미중 갈등 상황에서 한쪽의 편을 드는 것을 거부해왔다고 전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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