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올해 48%↑, SMIC는 7.5%↓
中 7나노 생산, TSMC에 최대 4세대 뒤져
EUV 등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여파
중국 최대 칩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와 대만 TSMC의 주가 격차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수십조원 규모의 국책펀드를 조성한 지 10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미국의 수출 규제 등으로 인해 기술 격차를 따라잡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만 증시에서 TSMC의 주가는 올해 들어 48% 상승한 반면 홍콩 증시에서 SMIC의 주가는 같은 기간 7.5% 하락했다. 올해 두 기업의 연간 주가 수익률 격차는 약 55.5%포인트로 2005년(약 65%포인트) 이후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차이가 중국이 반도체 산업 부흥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와중에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국은 2014년 ‘빅 펀드’라고도 불리는 ‘국가 집성 회로 산업 투자기금’ 1호 펀드를 설립했다. 당시 987억위안 규모로 조성됐으며 2019년에 조성된 2호 펀드 규모는 2041억위안에 달했다. 중국은 해당 펀드 기금을 바탕으로 SMIC를 비롯해 화홍 반도체, 플래시 메모리 제조 업체인 양쯔 메모리 테크놀로지스(YMTC)와 여러 소규모 기업 및 펀드에 자금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투자 확대에도 TSMC의 아성을 뛰어넘기엔 역부족이었다. 현재 중국의 기술력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칩은 7㎚(나노미터·1㎚=10억분의 1m)다. 현재 상업적으로 생산되는 칩 중 가장 정교하다는 5㎚ 칩보다 2세대 뒤처진 셈이다. 반면 TSMC는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사용해 3㎚ 칩까지 생산한다. 중국이 최근 5㎚ 칩 생산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미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로 인해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 소재 투자은행 샹송앤코의 션 멩 이사는 "SMIC의 기술력을 강화하는 것은 풍부한 자금이 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찰스 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분석가는 "SMIC가 5nm 기술을 사용해 칩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해도 EUV 장비 없이는 TSMC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비용이 최소 10배 이상 높을 것"이라며 "기술 격차는 단순히 특정 수준에 도달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빛을 잃어 가는 가운데 최근 중국이 새롭게 조성한 ‘빅 펀드 3호’가 관세 인상을 비롯한 미국의 대(對)중 규제에 맞서 독자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지난달 중국 금융당국에 등록된 3호 펀드의 운용자금은 3440억위안(약 64조7000억원)으로 기존 1, 2호 펀드를 합친 수준의 역대 최대 규모다. 구체적인 자금 투입 분야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시장에선 수출 제한 대상인 제조 장비 개발과 더불어 실리콘 웨이퍼, 화학, 산업용 가스 관련 중국 제조 업체 육성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하이청저우투자관리(SCIM)의 샹샤오톈 이사는 "새 펀드는 웨이퍼 제조, 패키징, 공정 제어 및 장비 재료를 포함한 첨단 기술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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