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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제부터라도' 바이오 안보 제대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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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제부터라도' 바이오 안보 제대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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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바이오국제박람회(바이오USA)가 열리고 있던 지난 4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에 왕윤종 국가안보실 3차장 등 대통령실 인사 3명이 검정 정장을 입고 들어왔다. 이들이 전시관을 둘러보며 이동하자, 한국 취재진과 참관객 수십명이 뒤를 따라다녔다. 왕 차장은 한국관으로 걸어가면서 "지금까지는 바이오를 안보 개념으로 안 봤다. 이제부터는 보건안보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느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국가안보 책임자가 바이오USA 현장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오의약품 공급망 강화 등을 논의하기 위한 한·미·일·인도·EU의 바이오제약 연합회의 출범식에 참석하면서 박람회장을 방문한 것이다. 왕 차장 일행은 스위스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 론자 전시관에 들어가 공급망 안전성에 관해 물어보기도 했다.


이번 바이오USA가 '제약'이 아니라 '국방' 박람회 같다고 느낀 장면은 더 있다. 행사를 주최한 미국 바이오협회(BIO) 회장의 기조 대담의 상대자는 예비역 해군 제독이었다. 이들은 국가안보에서 바이오 기업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국가 안보 임무를 달성하기 위한 미국 정부와 파트너링' 세션에는 미국 공군 장성 출신인 백악관 감염병 대응책임자가 강연자로 나왔다.


이처럼 이번 박람회는 '안보'(국방)와 '바이오'(제약)라는 동떨어진 단어가 하나로 결합한 행사였다. 그 이유는 미국과 중국의 안보 갈등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 바이오USA는 중국의 지방정부가 직접 대규모 전시관을 차리는 등 중국의 바이오 굴기를 과시하는 자리로 쓰였다. 기자가 바이오USA 현장을 취재하기 시작한 2022년만 해도 중국의 글로벌 CDMO 업체가 목 좋은 위치에 대규모 전시관을 열었다. 하지만 올해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불참했고, 그 자리는 우리 기업인 SK팜테코가 차지했다. 미국이 '바이오 안보'를 강조하면서 중국 바이오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영향이었다.


[기자수첩]'이제부터라도' 바이오 안보 제대로 하라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이 열리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를 찾은 최선 첨단바이오비서관, 왕윤종 국가안보실 3차장(앞줄 왼쪽부터) 등 대통령실 인사들이 스위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론자 부스를 찾아 관계자로부터 현황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이춘희 기자]

몇 년 전만 해도 '바이오 안보'는 감염병 예방 관련 용어였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 각국이 앞다퉈 백신·치료제 확보에 열 올리면서 우리에게도 익숙한 개념이 됐다. 현재 바이오 안보는 한 발 더 나갔다. 사람 유전체 정보가 의약품 개발에 결합하면서 생체 데이터와 관련한 정보 보안 이슈가 떠올랐고,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망까지 아우르는 '국민 생명 유지' 개념으로 확장됐다. '총칼 대신 유전자와 의약품을 들고 벌이는 전쟁'이 된 것이다.



왕 차장의 발언은 대통령실에서 직접 바이오 안보를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 말을 들은 바이오업계 관계자들은 왕 차장의 발언 중 '이제부터는'에 주목하며, 안이하고 뒤늦은 인식이라는 말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바이오산업 육성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련 정책은 경제적 관점에서 다뤄졌다. 필요하지만 좌초된 정책도 적지 않다. 후기 임상 지원, 의약품 생산공장 세액공제 등을 바이오 업계가 제언해도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등에서 '통상마찰' '특혜'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 윤 대통령이 '이제부터라도' 안보 관점에서 바이오산업을 보겠다면 과감한 지원을 실행해야 한다.




샌디에이고=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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