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ISM 제조업 PMI 두 달 연속 위축
美 국채 10년물 금리 10bp 넘게 급락
엔비디아, 차세대 AI 칩 공개에 약 5% ↑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이달 첫 거래일인 3일(현지시간) 혼조세로 마감했다. 미국 소비가 냉각된 데 이어 제조업까지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10bp 넘게 급락세다.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칩 발표로 5% 가까이 급등했다. 국제유가는 전날 OPEC+(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OPEC 협의체)가 자발적 감산을 점진적으로 축소한다고 밝히면서 3% 넘게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5.29포인트(0.3%) 하락한 3만8571.03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5.89포인트(0.11%) 오른 5283.4,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93.65포인트(0.56%) 상승한 1만6828.67로 거래를 마쳤다.
제조업 경기 위축으로 인한 경기 둔화 조짐에 경기 순환주인 은행, 에너지, 산업주 등이 부진했다. 종목별로는 엔비디아가 4.9% 뛰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일 차세대 AI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루빈'을 공개하면서 매수세가 몰렸다. 루빈 GPU에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가 채택된다. 밈 주식 열풍을 주도했던 미국 개인 투자자 '로어링 키티'로 유명한 키스 길이 게임스톱 주식과 옵션을 대거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게시물을 공개하면서 게임스톱은 21% 급등했다. 미국 영화제작사 스카이댄스의 파라마운트 합병 조건에 두 회사가 합의했다는 소식에 파라마운트 주가는 7.47% 올랐다.
투자자들은 이날 미국 제조업 경기 위축 신호에 집중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5월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7로 집계됐다. 전문가 예상치(49.8)를 하회한 것은 물론 전월(49.2)보다도 하락했다. 대표적인 경기 선행지표인 제조업 PMI가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위축을 의미한다. 이로써 미 제조업 PMI는 두 달 연속 위축 국면을 이어갔다.
제조업 경기가 위축된 가운데 물가 압력까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지수는 57로 전월(60.9)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4월에는 가격지수가 2022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수석 국제 이코노미스트는 "ISM 제조업 지수는 주문 감소, 생산 둔화로 예상보다 크게 위축됐다"며 "건설 경기도 예상보다 취약했는데 이는 통화정책이 제약적이며 경제활동에 제동을 걸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버팀목인 소비 냉각 조짐에 이어 제조업 경기까지 위축세를 이어가면서 미 경제가 급속히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누적된 고강도 긴축 효과가 나타나며 금리 인하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내릴 가능성을 59% 반영 중이다. 하루 전 54%, 일주일 전 49%대에서 상승했다.
이에 국채 금리는 하락세다. 현재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2bp(1bp=0.01%포인트) 떨어진 4.39%,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7bp 내린 4.81% 선을 기록 중이다.
투자자들은 이번주 잇달아 발표될 고용지표를 주시하고 있다. 5일에는 ADP의 5월 민간 고용 보고서, 오는 7일에는 노동부의 5월 비농업 고용 보고서가 발표된다. 5월 비농업 신규 고용은 전월 대비 18만5000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에는 17만5000건 증가해 예상치(24만3000건)를 밑돌았다. 과열된 고용 시장까지 진정되면 소비 둔화,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빨라질 수 있다.
미슬라프 마테이카 JP모건 전략가는 "우리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에 대한 요구와 무착륙 시나리오, 실적 가속에 대한 믿음 사이의 불일치로 여름 상승이 제한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NYSE에서는 기술적 오류로 버크셔 해서웨이와 뉴스케일, 치폴레 등 12개 종목의 주가가 급락, 거래가 중지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 클래스 A 주가는 이날 오전 9시50분 전 거래일 종가 대비 99.97% 폭락한 주당 185.1달러에 표시돼 한동안 거래가 중단됐다. 원전 기업인 뉴스케일 주가도 99% 급락한 가격에 표시돼 거래가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NYSE는 이 같은 문제로 오전 9시45분 거래를 강제 중단했고, 11시 이후에 문제가 해결돼 주식 거래가 정상적으로 재개됐다고 밝혔다. 실시간 거래·호가정보 감독기구(CTA)에서 발표하는 가격 범위에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했다고 NYSE는 설명했다. 이들 개별 종목 주가 이상 표시와 거래 중단 외에 뉴욕증시 전반은 이번 사태로 인한 영향을 받지 않았다.
국제유가는 OPEC+의 감산 연장 소식에도 3% 넘게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2.77달러(3.6%) 내린 배럴당 74.22달러에 마감해 4개월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원유 가격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2.75달러(3.4%) 하락한 78.36달러로 장을 마쳐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8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전날 OPEC+는 하루 336만배럴의 원유 감산 조치를 2025년 말까지 연장하고, 하루 220만배럴의 자발적 원유 감산은 올해 3분기까지 연장한 뒤 점진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자발적 감산 규모를 4분기부터 축소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회원국 일부가 증산을 원하는 등 이견이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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