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민 망명 신청 금지·강제추방
공화 반대에 국경통제법 막히자 행정명령
미국인 27% "이민문제, 美 최우선 현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불법이민자들의 망명 신청을 금지하고 이들을 본국으로 강제 추방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다. 불법이민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를 좌우할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유화적인 이민정책에서 유턴해 정책 기조를 매파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4일 미국 남부 국경 주요 도시 시장들과 공동으로 이 같은 행정명령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불법이민 문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이민자 유입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행정명령으로 불법이민 문제에 대한 공화당의 공세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불법이민을 둘러싼 여론이 악화되자 올해초 국경 통제 강화 법안을 제안하며 의회에 통과를 주문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대로 법안 통과에 협조하지 않았다. 이 법안은 불법으로 국경을 넘으려는 이민자 수가 일주일 동안 하루 평균 4000명을 넘으면 대통령에게 국경을 폐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날 서명할 행정명령도 이 같은 내용을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이 국가에 해롭다고 판단할 경우 대통령이 입국을 막을 수 있도록 한 이민·국적법 212조를 근거로 한다.
다만 최근 불법이민자 체포 강화로 국경을 넘는 입국자 수가 줄었다는 점에서 행정명령이 즉각 발효될 가능성은 낮다. 지난달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유입된 이민자 수는 하루 평균 3500명으로 바이든 행정부 들어 최저 수준으로 집계됐다.
앤젤로 페르난데스 에르난데스 백악관 대변인은 "공화당 의원들이 추가 국경 단속을 방해하기로 결정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국경과 이민국 직원들이 국경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전달하기 위해 싸우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는 계속 일련의 정책 옵션을 검토하고 있으며 망가진 이민 시스템을 복구하기 위한 대응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불법이민 차단을 위해 행정명령 카드까지 꺼내는 건 이민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 4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7%가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이민을 꼽았다. 3개월 연속 이민 문제를 최대 이슈로 지적했는데, 같은 현안이 석 달 동안 1위를 차지한 것은 24년 만에 처음이다. WSJ가 지난 2월 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5%는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보안 대응에 반대했으며 71%는 이민·국경 보안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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