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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는 타자기]"저출산 노동위기는 적응의 문제"…'일할 사람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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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수치·통계로 현실 마주해야"
"여성·노인 경제활동 늘려 충격 줄여야"

[빵 굽는 타자기]"저출산 노동위기는 적응의 문제"…'일할 사람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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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텔레비전 뉴스와 신문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화두는 저출산 문제다. 역사상 최저치를 매년 경신 중인 한국의 출산율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포탄이 날아드는 전쟁통의 우크라이나보다도 낮은 0.7이란 합계출산율에 학계에서조차 기적의 수치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도시국가가 아닌 인구 수천만명 단위의 영토국가, 그것도 전쟁이나 기아도 없는 굴지의 산업대국에서 1.0명 이하의 출산율이 나올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을 가고 있는 한국의 인구문제를 둘러싸고 더욱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일 국가가 곧 망한다거나 노동인구 절벽, 저출산·고령화 심화로 부동산시장 붕괴 등 SF 영화를 방불케 하는 각종 디스토피아 시나리오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은 물론 한민족이 멸종할 수도 있다는 묵시록적인 문구들 속에서 대중들은 더욱 혼란스러워할 수밖에 없다.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는 이처럼 자극적인 소재로 변질되고 있는 인구문제라는 주제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책이다. 국가멸망이나 민족소멸 같은 단어를 최대한 배제하고 수치와 통계, 향후 가능한 대응 방향과 정책을 담담한 어조로 다룬다.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마주해야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는 것이다.


전체 글을 통해 저자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부분은 한국 인구문제가 한국을 멸망으로 몰고 갈 문제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역사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인구는 끊임없이 변동해왔고, 지금보다 훨씬 적을 때도 있었음을 계속 상기한다. 다만 산업화시대 이후 계속 인구 증가와 경제 확장만을 지속해오던 우리 사회가 갑자기 찾아온 축소 사회에 당황할 수밖에 없으며, 일정 순간부터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만큼 여기에 적절히 적응해 나가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현재 인구통계로 한국의 노동인구 감소 및 사회변동이 급격히 진행될 시기는 앞으로 50년 뒤인 2072년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출산율이 큰 반등이 없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했을 때, 한국 인구가 현재 5000만명대에서 3000만명대로 급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50년 이전까지는 사람들이 크게 체감할 정도로 심각한 인구문제가 당장 들이닥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완전히 시간이 없는 상황이 아닌 만큼 저자는 공포심을 유발하기 이전에 단기적·중장기적 대책이 함께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저출산 대책과 함께 노동인구 감소에 사회가 적응할 수 있는 여러 정책이 함께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한국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크게 끌어올리면 노동인구 감소 충격을 훨씬 적게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0~60% 내외를 보이고 있는데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 여전히 20~30%가량 낮은 상황이다.


저자는 정년 연장에 대해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존 65세로 고정된 노인세대와 은퇴연령에 대한 정의는 19세기에서 20세기 초반에 만들어진 관념인 만큼, 평균수명이 20~30년 이상 늘어난 현재와 맞지 않다는 것. 여성과 노인세대의 경제활동참여율만 OECD 수준으로 끌어올려도 노동인구 감소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여력이 생긴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출산 문제 전반과 인구구조 변화 문제, 노동시장 변동 등에 관심 많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이철희|위즈덤하우스|312쪽|2만원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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