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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담(手談)]송혜교의 바둑, 꽃가루에 담긴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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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루가 휘날리는 공원의 나무 벤치에 앉아 바둑을 두는 송혜교(문동은 역). 지난해 봄을 강타했던 드라마 ‘더 글로리’는 서정적인 풍경에 사적 복수의 섬뜩함을 숨겨 놓은 작품이다.


학교 폭력 가해자를 향한 응징. 폭력의 대서사를 연결하는 매개체는 아이러니하게도 정적(靜的)인 바둑이다. 송혜교는 바둑에 관한 상대의 관심과 애정을 활용해 복수극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은은하면서도 날카롭고, 공감과 암투가 얽혀 있는 ‘수담(手談)’의 양면성을 잘 그려낸 드라마로 손꼽을 만하다.


[수담(手談)]송혜교의 바둑, 꽃가루에 담긴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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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열풍에 힘입어 바둑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어린아이들은 바둑 교실의 문을 두드렸고, 중년은 창고 속 켜켜이 쌓인 먼지와 함께 방치됐던 오래된 목재 바둑판을 다시 꺼냈다. 흑과 백의 돌을 서로 놓아가며 삶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바둑에 매료된 시간.


그해 봄날이 그렇게 지나고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을 거쳤지만, 한국 바둑계는 또 하나의 봄날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다. 매서운 찬바람이 휘감고 있는 한국 바둑계. 바둑의 계절은 여전히 겨울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인 축구가 실망스러운 국제대회 성적표와 함께 위기에 직면한 것과 달리 한국 바둑은 역대급 기록 풍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2월 프로바둑 기사 신진서 9단이 수놓은 제2의 상하이 대첩은 ‘우승 신화’라는 네 글자로는 그 감동을 전하기 어려운 쾌거였다.


여자 바둑 역시 세계 최강 최정 9단을 중심으로 한국 바둑의 강함을 세계에 각인시키고 있다. 남자와 여자 모두 세계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는 스포츠가 바둑 말고 또 있을까. 세계 메이저 대회에서 승전고를 연이어 울리다 보니 한국 바둑의 놀라운 성적이 과소평가된 면도 있다.


[수담(手談)]송혜교의 바둑, 꽃가루에 담긴 여운 2019년 5월28일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어르신들이 바둑을 두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신진서 보유국’인 한국이 얼마나 대단한 결과물을 내놓고 있는지는 세월이 한참 지난 이후에야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바둑계 아쉬움의 기저에는 무관심과 외면에 관한 서운함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힘겨운 삶을 견뎌내 온 국민들에게 한국 바둑은 빛나는 성적표로 기쁨을 선사했다. 하지만 ‘바둑 예산 0원’ 논란 등 충격적인 뉴스가 바둑인들의 기운을 빠지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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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무관심과 사회의 외면이 계속된다면 한국 바둑 위상은 결국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과거의 영광을 회상하며, 쓰린 속을 달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한국 바둑의 전설이자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국회의원을 지낸 조훈현 9단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한 일갈은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다.


"(바둑계의) 맥은 이어줘야 되잖아요. 숨은 쉬게 해줘야 할 거 아니냔 말이죠. 이대로면 바둑계는 고사될 수밖에 없습니다."



류정민 사회부장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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