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운 공수처장 "공수처 생겨난 맥락 부합하게 수사할 것"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54·사법연수원 27기)이 취임하면서 공수처 2기가 본격 출범한 가운데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수사외압 의혹 수사가 공수처 존폐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이 통과됐지만, 공수처에서 수사 중이라는 등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향후 공수처의 수사 과정이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오 처장은 22일 취임 후 첫 출근길에 취재진으로부터 채상병 사건 수사지휘 방향을 묻는 질문에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잘 챙기겠다"고 밝혔다. 대통령까지도 성역 없이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에 대해선 "공수처가 생겨난 맥락이 있다"면서 "거기에 부합하게 성실하게 수사해 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공수처는 수사외압 의혹 사건의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는데, 다음 달 쯤에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윗선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1대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재표결해 특검법이 통과되면 공수처 입장에서는 부담을 덜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야권도 공수처의 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 셈이어서 ‘공수처 무용론’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의 요구된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시 법률로 확정된다.
공수처는 특검법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수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2기 공수처도 처장이 검사 출신이 아니어서, 수사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지우는 게 급선무다. 이 때문에 오 처장이 수사 경험이 풍부한 차장을 신속하게 지명해 수사력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차장은 10년 경력 이상 법조인 가운데 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에 대해 오 처장은 "(차장 인선이) 공수처로서 중요한 업무고 저의 중요한 업무"라며 "너무 조급하지 않게 아주 유능한 분을 모시자는 게 제 생각이고 여러 군데서 추천을 받아서, 그분이 오시면 오 처장이 아주 심혈을 기울여서 발굴했구나 하는 칭찬을 받을 수 있도록 훌륭한 차장을 꼭 모시겠다"고 말했다.
이어 "직역을 따지는 것은 아니고, 수사 역량 관점에서 훌륭한 분을 모셔 저의 부족한 부분을 잘 보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공수처 검사 정원을 모두 채워 구색을 갖추는 것도 오 처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 공수처에 재직 중인 검사는 지난달 기준 19명으로 처장과 차장을 포함한 정원 25명에 못 미친다. 수사관은 정원 40명 중 4명이 결원인 상황이다. 사의를 표명했지만 공수처장 공백으로 사표가 수리되지 않아 처장 대행을 맡고 있던 김선규 수사1부장검사가 조만간 이탈할 것이어서, 새 부장검사를 물색하는 일도 오 처장의 몫이다.
세간의 이목이 해병대 수사외압 의혹 수사에 쏠려 있지만, 공수처에 산적한 다른 주요 사건들도 신속하게 마무리해야 한다. 공수처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원 표적 감사 의혹과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의 공무상 비밀누설 의혹, 경찰 고위 간부 뇌물수수 의혹 등 굵직한 사건을 쥐고 있지만, 지휘 라인의 붕괴와 인력난으로 인해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차장검사 출신 A 변호사는 "새 공수처장도 판사 출신으로 수사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게 큰 약점"이라며 "최근에는 검찰도 빠른 시일 내에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할 정도로 사건이 고도화되고 증거를 확보하는데도 애를 먹고 있는데, 노하우를 전수해 줄 지휘부가 없다면 기존 공수처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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