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합하지 않으면 전 세계 기업 생존 위험"
EU, 값싼 中 전기차 막을 "도구상자 개발"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유럽연합(EU)에 중국의 저가 제품 수출 범람이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차이나 쇼크'를 막기 위해 공동 대응해달라고 촉구했다. EU는 이르면 7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인상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대(對)중국 관세장벽 인상 움직임이 도미노처럼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옐런 장관은 21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금융경영대학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면서 "우리가 전략적이고 단합된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양국(미국, 독일)과 전 세계에 있는 기업들의 생존 가능성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옐런 장관의 발언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지난 14일 전기차·반도체·태양광 전지 등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대폭 인상한 지 일주일 만에 나왔다. 중국의 과잉생산을 막기 위해 EU도 대중 관세 인상에 동참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청정에너지 기술과 다른 부문을 장악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지적하면서 "이런 야망이 신흥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이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산업을 구축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중국산 전기차 관세 100% 인상은 전략적이고 목표가 있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EU의 공급망이 중국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으며, 핵심광물에 대한 두 지역의 협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옐런 장관은 이번 주 이탈리아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회원국들과 이 사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관세 인상으로 중국이 과잉생산 품목을 다른 지역으로 밀어낼 가능성이 커지면서, EU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도 중국에 대한 무역장벽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이미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등에 업은 기업들이 값싼 전기차를 역내에 수출하고 있다고 보고,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 2위 전기차 시장인 유럽으로 수출되는 전기차의 37%가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EU는 이르면 7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인상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전문 싱크탱크인 로디움 그룹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 효과를 상쇄하려면 EU가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50%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추정했다.
이 가운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값싼 중국산 전기차 유입을 막기 위한 '도구상자'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인위적으로 값싼 제품을 대량 과잉생산해 우리 시장을 범람시키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공정한 조건에서 중국 시장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보다는 표적화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더 차별화되고 표적화된 접근이 될 것"이라며 "시장을 폐쇄하거나 보호주의가 아니라는 신호를 보내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과의 "디리스킹(위험제거)을 원하는 것이지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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