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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첫 외국인 사장…한국서 노포로 키울래요"[을지로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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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을지로 첫 외국인 사장 이와사키 유카씨
"을지로는 상부상조하는 정 많은 동네"

"유카네에서 유카가 없으면 안 돼요. 유카네는 일주일 5일 문을 여는데 저는 항상 가게에 있습니다. '을지로 노포'로 남는 게 유카네의 목표입니다."


서울 중구 을지로의 낡은 인쇄골목 초입에는 일본식 술집 '을지로 유카네'가 있다. 이곳은 일반 이자카야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자카야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식 조명 '초친'(ちょうちん)을 가게 입구에 달지 않았고, 목재를 사용한 인테리어로 '정통 이자카야' 느낌을 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유카네가 일본 현지 분위기를 강하게 내뿜는 데는 사장 이와사키 유카씨의 역할이 크다. 우선 일본인이 운영하는 가게인 만큼 '현지 프리미엄'이 강하다. 유창하지만 말씨에 외국인의 억양이 묻어있는 일본인 사장과 손님의 '스몰토크'는 유카네만의 매력. 그가 '나이 비공개'를 요청한 것도 그의 나이를 맞추는 게 손님과의 대화 주제이기 때문이다. 음식 역시 일본 가정식을 재해석한 메뉴를 개발해 선보였다. 마요네즈 소스 하나에도 직접 조합한 비법 양념을 첨가하는 정성을 기울였다.


"을지로 첫 외국인 사장…한국서 노포로 키울래요"[을지로터리]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일본식 술집 '을지로 유카네'를 운영하는 이와사키 유카씨. 사진=윤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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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을지로 유카네를 운영하는 유카씨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곳은 '일본식' 답지 않다. 인테리어도 그렇고 스시, 덴푸라, 가라아게도 없다"며 "일부러 '일본스러운 요리'를 하지 않은 게 더 자연스럽게 현지의 선술집 같은 느낌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카씨는 일본에서 영양학을 전공한 요리 전문가로 2001년 유학을 계기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한국에 있는 일본계 레스토랑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2019년 '을지로 유카네' 창업했다. "당시 첫 외국인 사장으로 을지로에 입성했다"고 말한 그는 당시 일본 현지 콘셉트를 한 가게도 유카네가 유일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 가게를 얻으려고 서울 강남, 압구정, 신사, 이태원, 역삼, 마포 등 많은 상권에 가봤다. 부동산도 몇 개를 갔는지 모를 정도 찾아다녔다"며 "우연히 지인 추천으로 을지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을지로 첫 외국인 사장…한국서 노포로 키울래요"[을지로터리] 사진=윤슬기 기자@

을지로 창업 6년 차 굴곡 있었지만…"주변 상인 덕 많이 봐"

유카씨가 을지로에 정착한 것은 올해로 6년째다. 외국인 사장으로서, 특히 일본 현지 느낌을 재현한 가게의 사장 입장에서는 더더욱 쉽지 않은 세월이었다. 유카네가 2019년 4월 창업한 뒤, 그해 7월부터 급격히 한일관계가 경색되면서 일본 불매운동이 번졌고 몇달 후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다.


유카씨는 "처음에 불매운동이 시작됐다고 해서 '뭐야?' 했다. 타격이 있을까봐 걱정했지만 주변에 계신 을지로 이웃들 덕분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오히려 힘들까봐 더 찾아주시더라. 코로나 때는 외국인이라 한국 정책 정보를 놓치거나 모르는 경우 많았는데 주변 상인들이 '유카씨 지원금 신청했어요?' 물어보며 챙겨주셨다"고 전했다.


최근 을지로에 일본풍 콘셉트 매장이 다수 들어섰지만 이들 가게를 경쟁자로 느끼지 않는 것도 상인들 사이 상부상조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주변 사장님과 친하다. 경쟁 관계라기보단 이웃"이라며 "지난 15일엔 부처님오신날인 걸 깜빡했는데 쉬는 날이라 사람이 몰려 맥주가 동이 난 적이 있다. 다행히 다른 골목 사장님이 빌려주셔서 무사히 영업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외국인이기도 하고 같은 음식점을 하니 배타적일 수 있는데 젊은 사장님들이 많아서 그런지 같이 가려고 하는 분위기다. 을지로는 정이 많은 동네"라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우리가 같은 '을지로 구성원'인 걸 느낀다"고 말했다.


"을지로 첫 외국인 사장…한국서 노포로 키울래요"[을지로터리] 을지로 유카네를 창업하면서 이와사키 유카 사장이 적은 경영 목표. 유카 사장은 손님-가게-거래처-을지로-거래처를 중심으로 유카네를 운영하는 것이 자신의 초심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윤슬기 기자@

자식 같은 가게…"을지로 노포 될래요"

유카씨는 '유카네'를 자신의 아이와도 같다고 설명했다. 유카네가 그의 인생에 차지하는 비율은 90% 이상. 그는 "가정에만 있었으면 몰랐을 사회를 유카네가 알려준다. 다양한 손님을 만나기도 하고 어떤 날은 기계가 고장 나는 문제를 겪기도 한다. 매일이 다르다"며 "일이 힘들기도 하지만 유카네를 운영해야 하니 밥도 먹고 체력을 기른다. 유카네를 제 아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이에게 배우고, 아이에게 가르치듯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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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카네를 향한 진심만큼 을지로에 대한 감정도 각별하다. 그는 "유카네가 을지로에 있으니 이 지역 상권을 오래도록 번창시켜야 한다는 책임감도 크다"며 "유카네를 열심히 키우고 을지로가 매력적인 동네도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몇십년 후에도 '아직도 있네'하는 그런 가게로 남고 싶다"고 다짐을 전했다.

편집자주을지로의 다른 이름은 '힙지로'. 오래된 건물과 골목 곳곳 재건축이 뒤섞여 혼란한 모습이지만 과거와 현재가 겹쳐 있다는 점에서 묘한 매력을 준다. 한때는 산업이 쇠퇴하며 위기를 맞았으나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을지로의 생명력이 되살아났다. 특유의 감성으로 입지를 굳힌 을지로, 그리고 이곳의 명맥을 잇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만나 도시의 미래를 조망해본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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