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이정섭 검사 측 첫 탄핵 변론기일서 "검사는 탄핵소추 대상 아냐"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분 48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제보자 강미정 대변인 증인 채택 놓고 신경전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 주장에 헌재 선례 언급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53·사법연수원 32기)에 대한 탄핵심판청구 사건 첫 변론기일에서 이 검사 측이 "현행법상 검사는 탄핵소추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청구인과 피청구인 양측은 이 검사의 비위 의혹 제보자인 이 검사 처남의 배우자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의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정섭 검사 측 첫 탄핵 변론기일서 "검사는 탄핵소추 대상 아냐"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가 탄핵심판청구 사건 첫 변론기일이 열린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들어가며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AD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 검사에 대한 탄핵심판청구 사건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이날 심리는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의 지휘에 따라 ▲청구인 측 소추사실 요지 진술 ▲그에 대한 피청구인 측 의견진술 ▲준비기일 결과의 변론 상정 및 이에 대한 당사자 의견 확인 ▲이번 변론기일 전까지 제출된 서면 확인 ▲준비기일에서의 변론 내용과 제출된 서면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양 당사자 측의 쟁점에 관한 구체적인 주장과 의견 진술 ▲변론기일 전까지 신청된 증거에 관한 증거채부 결정 ▲채택된 증거에 대한 증거조사 순으로 진행됐다.


먼저 소추사실 요지 진술에 나선 청구인(국회) 측은 ▲후배 검사를 통한 일반인 범죄경력 무단 조회 ▲강촌엘리시안 리조트 이용과 관련된 편의를 제공 받은 것과 감염병예방법 위반 ▲처가가 운영하는 용인CC 특혜성 예약 및 선후배 검사들에 대한 편의 제공 ▲처남 조모씨의 마약 사건 수사 관여 ▲김학의 뇌물 사건 증인 사전면담 ▲자녀를 위한 위장전입 등 이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 원인사실 6가지의 개략적인 내용과 구체적인 법 위반 사항을 차례로 설명했다.


이어 의견진술에 나선 피청구인(이 검사) 측은 각 소추 원인사실에 대한 의견진술보다 검사 신분인 이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가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피청구인 측 진술에 나선 서형석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탄핵심판 청구에 대한 답변을 드리기 전에 이 사건 탄핵심판청구의 특수성을 간단히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서 변호사는 "첫째 그동안 탄핵소추가 이뤄지고 헌재의 판단을 받은 공직자는 헌법상 형사소추특권이 있는 대통령, 징계 절차에 의한 파면을 당하지 않는 법관, 그리고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는 행정각부의 장이었다"라며 "그런데 이 사건 탄핵소추의 대상이 된 피청구인은 검사로서 형사상 특권이 없고, 징계에 의해 그 직을 박탈할 수 있다. 따라서 그 직을 배제하기 위해 탄핵이라는 비상적 헌법수단이 반드시 필요하진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둘째 탄핵제도는 훼손된 헌법질서를 회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헌법질서가 훼손됐는지에 관한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확인된 상태에서 탄핵이 논의돼 왔다"라며 "그러나 이 사건 탄핵은 의혹이 제기된 지 단 하루 만에 추진됐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셋째 피청구인은 이 사건 탄핵 의결로 직무가 정지되기 전까지 야당 대표와 관련된 여러 의혹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고 있었다"라며 "이런 이유로 피청구인에 대한 의혹 제기와 동시에 탄핵이 추진된 것이 아닌가 비판이 있는 사건이다"라고 했다.


이어 "이런 특수성을 먼저 말씀드리는 것은 이 사건 탄핵소추가 우리 헌법이 헌법보호 관점에서 마련한 탄핵제도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서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검사의 신분을 탄핵으로 박탈할 수 있는지부터 말씀드리겠다"라며 "먼저 탄핵제도는 헌법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자 공무원의 공무담임권을 박탈하는 제도로, 어떤 공무원이 탄핵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 명확한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런데 법관과 달리 검사는 탄핵으로 그 신분을 박탈할 수 있는 신분박탈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검찰청법 신분보장 규정에 '검사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이나 적격심사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해임·면직·정직·감봉·견책 또는 퇴직의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인데, 이러한 신분보장 규정에 탄핵이 규정돼 있다고 해서 신분박탈에 대한 명시적 규정 없이 탄핵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가 언급한 규정은 검찰청법 제37조(신분보장)다.


헌법 제65조 1항은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법 제48조(탄핵소추)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및 행정각부의 장(1호) ▲헌법재판소 재판관, 법관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2호) ▲감사원장 및 감사위원(3호) ▲그 밖에 법률에서 정한 공무원(4호)을 탄핵소추의 대상으로 열거하고 있다.


이처럼 법관과 달리 검사는 헌법이나 헌재법에서 명시적으로 탄핵소추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검사를 헌재법 제48조 4호의 '그 밖에 법률에서 정한 공무원'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청구인 측과 피청구인 측 견해가 갈렸다.


즉 '검사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이나 적격심사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해임·면직·정직·감봉·견책 또는 퇴직의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는 검찰청법 제37조(신분보장)를 '그 밖에 법률'로 볼 수 있는지의 해석 문제다.


그동안 헌법학계에서는 검찰청법이 명시적으로 검사의 탄핵을 규정하고 있는 만큼 당연히 검사도 탄핵소추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해석해왔다. 그런데 이날 이 검사 측은 검사의 신분보장에 관해 규정한 위 검찰청법 조항이 검사를 탄핵소추 대상에 포함시켜야 할 근거규정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신분보장' 규정과 '신분박탈' 규정은 달리 봐야 한다는 논리였다.


서 변호사는 "유사한 논의가 과거 우리 헌정사에도 있었다"라며 과거 법관징계법과 헌재법이 제정된 연혁적 과정을 살펴봐도 검사는 탄핵소추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헌헌법 법관 신분보장 규정에 '법관은 탄핵, 형벌 또는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 정직 또는 감봉되지 아니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그런데 법관징계법 제정 당시 징계의 종류에서 헌법에 규정돼 있는 파면은 제외했다"라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이에 대해 법관징계법 제정 당시 국회에서 '신분보장 규정에 그런 게(탄핵을 의미) 있더라도 실제 징계의 종류를 정할 때는 넣을 수도 안 넣을 수도 있다', 즉 '신분보장 규정과 신분박탈 규정은 명확히 구별된다'는 점을 당연한 논리로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신분보장 규정과 신분박탈 규정의 의미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는 언어논리적으로, 법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섭 검사 측 첫 탄핵 변론기일서 "검사는 탄핵소추 대상 아냐"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에 대한 탄핵심판청구 사건 첫 변론기일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헌법재판소

서 변호사는 헌법이나 헌재법에 검사가 탄핵소추 대상으로 규정돼 있지 않은 데도 당연히 검사가 탄핵소추 대상이 되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검사에 대한 정치권의 무분별한 탄핵 추진에 따른 결과로 이는 '헌법변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더욱이 1988년 헌재법이 제정될 당시 검사 중 검찰총장을 탄핵의 대상에 포함시킬 것인지를 논의하다가 우리 입법자는 이를 명시적으로 채택하지 않았다"라며 "1989년 평민당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다가 당시 현행법상으로는 검찰총장이 탄핵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헌재법 자체를 개정하려 했지만, 이 역시 통과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여러 검찰총장, 고위직 검사에 대해 정치 진영을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탄핵결의가 추진돼 왔다"라며 "그러다 보니 검사가 탄핵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검토가 되지 않은 채 당연히 탄핵의 대상이 됨을 전제로 국회에서 과반수의 결의를 확보할 수 있는지 만이 관심의 대상이 돼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 변호사는 "국회에서 진영을 가리지 않고 오랜 기간 검사 탄핵이 추진돼 왔다고 해서 그러한 축적된 정치적 행위를 규범정립 행위와 동등하게 평가할 수는 없다는 것"이라며 "사실과 필요로 규범을 대체할 수 있다는 논리는 헌법 해석이 아니라 헌법 변질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헌법 변질을 헌재가 허용할 경우 사실과 힘이 규범을 대체할 수 있게 될 것이다"라며 "이러한 관점에서 귀 재판소에서 이 부분 쟁점을 심도 있게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날 서 변호사는 이 검사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발의 과정의 절차상 하자도 문제 삼았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하고, 이 기간 내에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폐기된 것으로 간주되는데, 이 검사 탄핵소추안은 사실상 480시간이 지나 표결이 이뤄졌다는 게 이 검사 측의 주장이다.


서 변호사는 "탄핵소추 결의는 중대한 헌법 질서 침해를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 국회의원들께서 적어도 하루 동안은 고민하고, 길어도 3일 이내에는 표결하라는 의미로 이해된다"라며 "이 사건 탄핵소추안은 2023년 11월 10일 본회의에 보고됐고, 72시간 이내에 표결되지 않았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와 관련해 헌재는 '이 탄핵소추안이 본회의 보고 이후 안건이 되기 이전에 철회됐기 때문에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라고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판단한 바 있고, 저희도 이를 존중합니다만 본회의에 보고된 이후 철회가 된 것도 그 현상은 72시간 이내에 표결되지 않은 것임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그런데 철회돼 표결하지 못해 폐기된 탄핵소추안과 동일한 내용으로 72시간이라는 한계를 넘어 20일, 480시간 만에 결의하는 것은 탄핵소추 여부를 신중하면서도 또한 신속하게 판단해서 헌법질서를 수호하고 정치적 혼란을 방지하라는 헌법적 명령을 충실히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헌재소장은 앞서 같은 쟁점이 다퉈진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이미 헌재가 일사부재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 각하 결정을 내렸던 사실을 언급하며, 이 같은 헌재 결정을 고려해 일사부재의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을 철회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서 변호사는 다음 기일까지 입장을 밝히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양측은 국회가 증인으로 신청한 이 검사의 처남댁 강 대변인의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청구인 측은 앞서 지난 2일 헌재에 "강씨는 탄핵소추 사유 중 상당 부분을 직접 경험하고 목격했다"라며 "강씨의 증언을 통해 탄핵 사유를 입증하고자 한다"는 취지로 증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날 청구인 측 대리인 김유정 변호사는 "강씨의 진술을 보면 (처남의 마약) 사건이 외부의 영향으로 무마됐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증인 신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검사의 탄핵 소추 사유 중 '일반인 전과 조회', '대기업 임원 접대' 의혹 등에 대해서도 강씨가 직접 전과 정보를 전달받거나 단체 모임에 참석했으므로 진술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김 변호사는 강조했다.


반면 이 검사 측 서 변호사는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재판소에서도 3회에 걸쳐 준비절차를 진행하면서 입증방법에 관해 논의할 충분한 시간을 허락한 것으로 이해한다"라며 "그런데 청구인 측에서 준비절차가 종료된 이후에 이렇게 강씨를 증인신청한 부분이 과연 절차법적으로 합당한 청구 절차의 수행인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귀 재판소께서 준비절차를 진행한 취지도 준비절차에서 증거방법에 대한 논의를 마치라는 취지였을 것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렇다"고 덧붙였다.


또 서 변호사는 "증인신청이라고 하는 게 소추사유의 사실관계를 입증하기 위한 것이라 할 텐데, 소추서에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기재돼 있지 않은데 어떤 사실을 입증하겠다는 것인지 그것도 저희로서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강씨의 지위가, 피청구인에 대한 사적인 관계에 대해서는 굳이 구두로 따로 말하진 않겠지만 일단 피청구인의 직무집행과 관련해서 직접 접촉하거나 경험한 지위에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 역시 의견서에 기재한 부분과 같이 좀 감안을 해달라는 의견이다"라고 했다.


서 변호사는 "잘 아시다시피 강씨가 이미 정당의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부분도 강씨의 진술을 신빙할 수 있는지에 대해 좀 염려가 된다"라며 "그래서 반드시 입증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그 진술이 귀 재판소에 제출될 필요가 있다면 진술서를 제출하거나 문답서를 상세하게 기재해 제출하는 것으로 족하고, 이미 언론을 통해 인터뷰도 많이 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정리해 제출하면 족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저희 의견이다"라고 말했다.


이 헌재소장은 강씨의 증인 채택 여부에 대해 이날 변론 이후 논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섭 검사 측 첫 탄핵 변론기일서 "검사는 탄핵소추 대상 아냐"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에 대한 탄핵심판청구 사건 첫 변론기일이 열린 8일 오후 이 검사 처남의 배우자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들어가며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이날 이 검사는 헌재 공개변론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게 "검찰에서 철저히 수사 중인 상황이고 제가 또 성실하게 협조하고 있다"며 "결론을 지켜보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이 검사 사건은 검사 한 명의 일탈이 아니다. 검찰 독재 정권의 구체적인 사례"라며 "헌재가 모든 국민에게 법이 평등하게 적용되고 있고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 앞에 특권층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검사의 비위 의혹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처음 제기됐고 같은 해 12월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두 번째 변론기일은 오는 28일 오후 2시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