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손님에게 친절했을 뿐인 피해자에게 범행"
'울산 신정동 다방 여주인 살인사건'의 범인이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12년간 미제로 남아있었지만 유전자정보(DNA)기술이 발전하면서 피해자 손톱 밑에서 채취한 DNA로 범인을 특정할 수 있었다.
3일 울산지법 형사11부(이대로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 A씨(55)에게 징역 25년 형을 선고하고 1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A씨는 2012년 1월 9일 밤 울산 남구 신정동의 한 다방에서 50대 여주인인 B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뚜렷한 이유 없이 범행 현장에 설탕을 뿌려두고 도주했으며 이후 약 12년 동안 자취를 감췄다.
당시 경찰은 현장 인근 탐문, 폐쇄회로(CC)TV 분석 등 수사를 이어갔으나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피해자 B씨의 손톱 밑에서 DNA 시료가 나왔지만, 남녀의 DNA가 뒤섞여 있어 당시 기술로는 용의자 신원을 특정하지 못했고 끝내 미제로 남았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미량의 유전자를 증폭해 검출하는 기술을 도입하면서 사건 해결의 단초가 마련됐다. 2019년 울산경찰청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해당 DNA의 재감정을 의뢰했고, 국과수는 남성 DNA만을 분리해 내는 데 성공했다.
이후 범죄자 데이터베이스에 울산 사건에서 확보한 것과 같은 유전자가 등록돼있는 게 확인되면서 이 사건의 DNA 주인은 A씨로 특정됐다. A씨는 2013년 1월 울산 울주군 언양읍에서 찻값 때문에 여주인과 다투다 무차별 폭행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바 있다.
경찰은 당시 주변인들을 다시 탐문했고 A씨가 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정황을 확인했다. A씨가 사건 발생 전 주변 여관 등을 전전하면서 주변 다방을 자주 찾았는데, 살인 사건 후 발길을 끊었다는 진술 등이 나온 것이다. 경찰은 위치를 추적해 지난해 12월 경남 양산 한 여관에서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처음에는 범행을 부인했으나, 프로파일러 등에서 결국 범행을 인정했다. A씨는 사건 당일 처음으로 해당 다방을 찾아갔으며, B씨에게 성관계를 제안했으나 거부당하자 범행을 저질렀다. 재판부는 "손님에게 친절했을 뿐인 피해자를 살해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행위를 했다. 유족들은 영문도 모른 채 12년간 슬픔의 시간을 보냈다"면서도 "다만 계획 범죄가 아닌 점, 늦게나마 (수사기관에 혐의를) 자백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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