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특정 암세포를 공격하는 차세대 암백신 개발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항암제와는 다르게 면역시스템을 강화해 특정 암세포를 공격하는 차세대 암백신이 우리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오상록) 의약소재연구센터 류주희 박사팀은 미국 보스턴의 다나파버 암 연구소(DFCI) 및 하버드 비스 연구소(Wyss Institute)와 협력해 DNA 오리가미 기술을 활용한 암 백신 ‘도리백(DoriVac)’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도리백(DNA origami-based Vaccine)은 기존의 항원과 면역증강제를 동시 전달하는 암 백신 전략을 확장해 면역증강제인 CpG의 공간 배열을 정밀하게 조절한 차세대 암 백신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은 인체의 면역체계에 항원(코로나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노출시켜 면역력이 생기도록 하여, 실제 코로나 바이러스 침투 시 면역체계가 스파이크 단백질을 공격하여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도록 도와준다. 암 백신도 비슷한 원리로 우리의 면역체계가 암세포 특유의 항원을 식별하고 해당 항원을 공격포인트로 하여 암을 죽이는 치료제다. 보통 암 항원과 면역증강제로 구성된다.
암 백신은 환자의 개별적인 항원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지만, 특정 암종이나 환자의 면역 상태에 따라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고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면역증강제의 사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암 백신 개발을 위해 DNA 오리가미 기술로 면역증강제인 CpG를 DNA 나노구조체 표면에 최적의 공간 배열로 배치했다. DNA 오리가미 기술은 DNA 분자를 마치 종이처럼 접어 다양한 형태를 만들 수 있으며 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터) 단위에서도 구조를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해 DNA 나노구조체 표면에 CpG 분자들을 2.5~7nm 간격으로 정밀하게 배열했으며, 세포 실험 결과 3.5nm 간격일 때 암 면역 치료 효과가 가장 높았다.
이번 연구는 미국 보스턴에 설립된 KIST-DFCI 현지랩에서 2016년부터 수행된 공동연구를 통해 성과를 냈다. 글로벌 공동 연구팀은 ‘도리나노(DoriNano Inc)’를 보스턴에서 공동 창업해 도리백 상용화를 위한 임상 시험도 추진하고 있다. 향후 면역관문억제제 등 다른 면역 시스템을 활용하는 암 치료 방법과의 병용을 통해 암 치료 및 재발 방지 효과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KIST 류주희 박사는 "도리백의 개발은 나노기술과 암 면역 치료 기술이 융합된 중요한 발전이며, 이는 암 치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병에 대한 면역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KIST 주요사업과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21A0504L1)으로 수행됐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Nature Nanotechnology」 (IF 38.3, JCR 분야 상위 1.4%) 최신 호에 온라인 게재됐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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