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장관 "美 CTBT 비준하면 우리도 다시 비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미국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을 비준한다면 러시아도 이 조약을 다시 비준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모스크바 비확산 회의 영상 연설에서 "우리는 미국이 한다면 조약 비준 문제로 기꺼이 돌아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CTBT는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는 내용의 조약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이 CTBT를 비준하지 않는 것에 대한 대응 격으로 지난해 11월 비준 철회 법안에 서명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사진=연합뉴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의 CTBT 비준 철회는 미국과 서방의 파괴적인 행동에 대한 타당한 대응이었다"면서 "우리는 CTBT의 완전한 당사국으로 남아 있다"고 상기시켰다.

라브로프 장관은 그러면서 미국, 영국 등 서방의 핵보유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 핵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가하려는 생각에 사로잡혔고 이러한 대치는 핵 위험 수위를 높일 수 있다"면서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핵보유국 간 직접 군사 충돌 직전에서 서방이 위험하게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러시아 외무부는 모스크바 비확산 회의를 계기로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과 로버트 플로이드 CTBTO 사무총장이 만난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1992년 대통령령으로 도입된 핵실험 유예 약속의 유지 여부는 전적으로 미국의 행동에 달렸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