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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세 돌보는 71세 이웃 "언니 도시락 배달은 내가"[시니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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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1세 할머니 곁, 71세 할머니

어려운 삶 서로 기대사는 '老老케어'
경기도 시흥시 은계 LH7단지
월세 5만원, 기초생활수급자에게 '고령자복지주택' 임대

91세 돌보는 71세 이웃 "언니 도시락 배달은 내가"[시니어하우스] 지난달 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만든 고령자복지주택인 경기도 시흥시 은계 LH 7단지 702동 5층 복도에서 할머니들이 함께 걷고 있다. 사진=심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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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 경기 시흥시 은계 LH 7단지 702동 5층 복도. 이곳에 사는 임복례 할머니(91·가명)가 나흘 만에 문을 열고 나섰다. 접이식 카트에 몸을 기대고 몇걸음을 떼자, 옆집에 사는 이순덕 할머니(71·가명)는 가려던 길을 멈추고 옆을 지켰다.


"올해 봄은 참 늦게 왔어. 운동하고 싶어도 추워서 통 못했어. 여기서라도 걸어보려고 나왔지." 임 할머니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 할머니는 최대한 목소리를 높여 당부했다. "천천히 걷고 계세요. 복지관 식당에서 얼른 도시락 가져올게요" 임 할머니는 보청기를 고쳐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서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하는 이 할머니는, 임 할머니를 포함해 같은 층 네 집 어르신을 보살피는 ‘조장’이다. 매일 문을 두드려 안부를 묻고 간단한 심부름도 대신한다. 이 할머니는 도시락을 가지러 종종걸음을 치는 와중에도 옆집 초인종을 또 눌렀다. 인터폰으로 어떤 할아버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 안 죽었어. 테레비 보는 중이야."


702동에는 이렇게 처지가 비슷한 노인들이 서로 기대어 산다. 190가구 중 109가구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이곳은 ‘고령자복지주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 임대아파트의 동 하나를 통째로 노인들에게 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노인케어안심주택’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소규모 주택이라면, 이곳은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을 더 많이 보듬을 수 있는 주거 형태라 할 수 있다.


91세 돌보는 71세 이웃 "언니 도시락 배달은 내가"[시니어하우스]

91세 돌보는 71세 이웃 "언니 도시락 배달은 내가"[시니어하우스] 지난달 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만든 고령자복지주택인 경기도 시흥시 은계 LH 7단지 702동 앞에 한 할아버지가 걸어가고 있다. 사진=심나영 기자

평일 점심에 공짜로 도시락을 나눠주는 식당, 춤과 당구를 배우는 강의실, 간단한 건강검진까지 할 수 있는 노인복지관이 아파트 옆에 달려 있다. LH는 전국의 모든 고령자복지주택을 이런 시설과 묶어서 짓고 있다.


방 하나에 싱크대, 욕실이 달린 23㎡(약 8평)짜리 원룸. 보증금 100만원에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월세 4만6790원만 내면 된다. 올해로 여든이 된 정덕구 할아버지는 "살림살이는 곤궁하지만 죽을 때까지 살 집 걱정은 덜었으니 마음은 편안하다"며 "복지관에서 노인들 안내하는 아르바이트 자리도 줬어. 그 덕에 생활비까지 얼마라도 벌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여기도 자리가 없어 대기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LH 관계자는 "수도권에 있는 고령자복지주택은 현재 만실"이라며 "은계 LH 7단지 702동은 현재 21명이 입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무주택 노인가구를 위한 고령자복지주택 공급을 연간 1000가구에서 3000가구로 3배 늘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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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3-2]91세 할머니 곁, 71세 할머니
91세 돌보는 71세 이웃 "언니 도시락 배달은 내가"[시니어하우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강진형 기자 aymsdre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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