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미사일 기술 발전에 김정은 자신감↑
선대 후광 없어도 北 주민들 지지 과시
향후 김정은 생일 챙기려는 포석일 수도
북한이 최대 명절인 김일성 주석 생일(4월 15일)의 공식 명칭을 '태양절'에서 '4·15'로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는 정부 평가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미사일 무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선대 후광에서 벗어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17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의도적으로 태양절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김일성이 사망하고 3년 후인 1997년 김일성 생일을 태양절로 제정했고, 이후 해마다 김일성 생일을 태양절로 기념했다.
하지만 올해는 태양절 표현을 사용하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 2월 17일 이후 관영매체에서 태양절 용어가 사용되지 않았고, 태양절 당일인 15일에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전체에서 기사 1건에서만 이 용어가 적시됐다.
노동신문의 1면 제호 아래 '경축' 배너에서는 지난해까지 사용된 '태양절' 용어가 '4·15'로 대체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 공식 매체가 김일성 생일을 '4·15' 또는 '4월 명절' 등으로 부르고 있다"며 "과거 사례와 비교할 때 (태양절을) 의도적으로 대체하거나 삭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추정에 불과하지만, 선대의 후광 없이도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핵과 미사일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만큼 자신의 노선과 주민들의 지지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김일성과 김정일의 후광으로부터 벗어나 김정은의 업적만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인정받으려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2021년 내부적으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독자적인 사상체계를 수립하는 등 지속해서 김일성·김정일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에도 김일성의 통일업적을 상징하는 '조국 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을 해체했으며, 김정일 시대 남북 교류 업적인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에 지뢰를 매설하기도 했다.
실제 북한은 태양절 용어뿐 아니라 김정일의 생일인 ‘광명성절’ 용어도 지난 2월 김정일 생일 이후 쓰지 않고 있다.
정 센터장은 "앞으로 김정은의 생일도 북한의 최대 명절로 내세워야 할 수 있는데 지금은 김일성·김정일 생일과 인민군 창건 기념일, 당 창건 기념일, 공화국 수립 기념일 등 행사가 너무 많다"며 "북한도 부담이 될 수 있으니 김일성·김정일 생일에 대한 중요성을 줄여나가는 과정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외에 김 위원장이 사회주의 정상국가화 추세에 맞춰 신비화 표현 사용 자제를 지시했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2019년 3월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만일 위대성을 부각시킨다고 하면서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우게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지도자의 인간적인 모습을 부각해 동지적 매혹에 따른 절대적 충성을 끌어내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다만 북한이 태양절 용어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 두 달밖에 안된 만큼 내년까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태양절 용어를 사용 안 했을 뿐 근로 단체 모임이나 체육, 경축, 문화행사 등은 다른 해와 크게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