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 총선 참패에 셈 복잡해진 잠룡들
오세훈 등 책임론 벗어난 인사들 행보 주목
힘 겨루기보단 외곽에서 정책 행보 나설 듯
오, 하반기 리버버스·곤돌라·용산개발 등 집중
윤석열 정부 집권 3년 차에 치러진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이 '정권 심판'을 택하면서 차기 대권주자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총선 패배의 영향에서 비켜나 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홍준표 대구시장의 행보에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당내 기반이 없는 상황도 더 이상 불리한 요인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를 겪으며 여권 내 대권 잠룡들의 희비는 엇갈리게 됐다. 우선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혀온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대권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친윤(친윤석열)계 구심력이 약해지면서 책임론 공방도 더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직을 맡지 않았던 덕에 선거 결과에서 자유로운 인사들은 상황이 다르다. 오 시장과 홍 시장이 대표적으로, 이들은 지방자치단체장을 맡아 총선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지만, 되레 이미지 소모가 적었던 탓에 운신의 폭을 더 넓힐 수 있게 됐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견인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초토화된 광야에 한 그루 한 그루 묘목을 심는 심정으로, 잃어버린 신뢰와 사랑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전심진력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대 약점으로 꼽히던 '부실한 당내 기반'도 예전만큼의 변수는 아니다. 오 시장의 경우 이른바 '오세훈계'에서 그나마 당선 확률이 높았던 오신환 전 정무부시장이 배지를 놓치며 아쉽게 됐지만, 벗어난 책임만큼의 새로운 정치적 지분 확대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나 책임 공방전이 이어질 중하반기까지는 정책 행보에 더 집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 역시 "이번 총선의 책임과 결과를 분석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될 것"이라며 "(오 시장에게)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을 아꼈다.
우선 오 시장은 상반기 최대 역점 사업인 기후동행카드의 시스템 안착에 주력하는 한편 한강 리버버스나 남산 곤돌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과 같은 중장기 정책들의 조속한 추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 힘겨루기에 서둘러 참전하는 것보다는 외곽에서 '경제시장'으로서의 이미지를 각인해 '정치적 노련미'까지 얹는 게 유리해서다.
홍 시장은 그동안 집권여당에 수차례 쓴소리를 던져온 만큼, 앞으로는 존재감을 더욱 부각할 수 있는 메시지에 집중할 전망이다. 홍 시장은 이날 오전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역대급 참패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당정에서 책임질 사람들은 신속히 정리하자"고 밝혔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우선은 책임 공방으로 인한 친윤, 비윤계 간 갈등이 확산할 것이고 동일 계파에서도 당권을 잡기 위한 잡음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정치적 메시지와 정책적 결과물을 모두 쌓을 수 있는 이들이 중장기적으로는 더 유리한 고지에 쉽게 오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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