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인 보건복지 예산 25조6483억원
10년 전보다 총액은 4배 늘어
"노인 일자리·복지 예산 더 필요해"
우리나라 인구는 빠르게 늙고 있다. 1970년 3%이던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율은 2008년 10%를 넘었고, 17년만인 내년 20%를 돌파해 1000만명을 넘어선다. 2036년에는 노인 인구가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맞춰 노인 보건·복지 예산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4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총예산 중 노인 예산 비율은 5년째 3%대에 멈춰 있어서 가속도가 붙는 고령화 대응에 빠듯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인 예산 10.4% 증액…'준비 없는 노후' 대비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 6조3848억원이던 노인 보건·복지 예산이 2021년에는 18조8723억원, 올해는 25조6483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올해는 긴축재정 속에서도 질병·빈곤·고독 등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 23조2289억원에서 2조4194억원(10.4%) 증액해 노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복지부 통계를 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노인 예산은 연평균 2조2500억원가량씩 늘었는데 올해는 이 평균을 소폭 상회한다.
이기일 복지부 차관은 "노인 인구 증가만큼 노인 관련 예산도 늘려야 한다"며 "노인 돌봄 체계, 인력 충원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이어 "계속 다양해지는 노년층의 심리·사회·문화적 욕구에 맞춰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노인 예산을 '질병, 빈곤, 고독' 대책으로 나눠 보면, '질병'에선 대표적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 사업 예산이 지난해보다 11.3% 늘었고,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예산이 9% 증가했다. 이 예산을 사용하는 노인 전담 사회복지사는 2149명에서 2292명으로, 생활지원사는 3만4375명에서 3만6667명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143명과 2292명을 증원했다. 노인성 질환 지원도 강화한다. 복지부는 치매 노인이 거주지에서 치료와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치매 관리주치의 시범사업을 오는 7월 시작한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을 대상으로 무릎 인공관절 수술도 지원한다. 백내장·녹내장 등 눈 수술도 작년 5645안에서 6605안으로 960안 추가 지원하고 올 상반기 중에는 40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요실금 수술비와 의료기기 등 요실금 치료에 필요한 맞춤형 지원을 실시한다.
'빈곤'에선 노인 일자리 예산으로 올해 2조264억원을 쓴다. 증가폭(31.6%)은 노인 예산 항목 중 가장 높다. 작년 88만3000개인 노인 일자리 수를 올해는 103만개로 14만7000개 추가 확대하고, 보수도 인상하기로 했다. 보육시설 봉사 등을 하는 공익활동형 보수는 월 27만원에서 29만원으로 올리고, 공공행정 지원 업무 등을 하는 사회서비스형은 월 71만3000원에서 76만1000원으로 올린다.
노인 예산의 가장 큰 부분인 기초연금 예산은 9% 늘었다. 기초연금 수급자는 작년 665만명에서 올해 700만6000명으로 35만6000명 증가했는데, 고령화 진행으로 수급 대상이 계속 늘 전망이다. 정부는 기초연금을 2027년까지 월 40만원으로 인상할 방침이다.
'고독'(삶의 질) 문제 해결을 위해 경로당 사업 등도 강화한다. 노인단체 지원 예산은 843억 원으로 전년 대비 6.1% 늘었다. 이중 95%가 자치단체를 통해 전국의 경로당에 지원하는 비용이다. 복지부는 현재 경로당 중 42%만이 식사를 제공하는데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2만8000곳 경로당에서 하는 식사 제공을 향후 6만8000곳 전체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유엔은 노인 인구가 10%를 넘으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이 차관은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바뀌는 기간이 영국은 50년, 일본은 10년이었는데 우리는 겨우 7년"이라며 "기존 선진국들은 이에 대비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너무 빠르게 늙고 있어서 대책도 더욱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전체 노인의 10%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도록 노인 일자리 수를 120만개로 늘리고 노인이 주말에도 경로당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이를 위한 예산은 더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5명 중 1명 노인인데, 예산 비중은 3%대 제자리
노인 예산 액수 자체는 늘고 있지만, 전체 예산에서 노인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최근 5년간 3%대에 머물러 있다. 2020년 이후 3.2~3.6%를 오르내리다가 올해 3.9%로 미세하게 올랐다.
기초연금, 노인 일자리 등과 관련한 예산은 증액됐으나 노인 건강관리, 노인요양시설 확충 등의 예산은 감액됐다. 노인 1000만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고령 친화 서비스 연구개발' 예산은 100% 삭감됐다.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4.3세(남자 81.4세, 여자 87.1세)로 세계 3위권이다. 이처럼 초장수국가로 진행하는데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상황을 고려하면, 노인 문제 해결을 위한 예산이 고루 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지난 10년간 노인 예산을 분석하면 노인 인구 증가분과 물가·인건비 상승 등만 반영된 보수적 증액으로 보인다"며 "노인 문제 해결을 위해 선제적으로 노인복지 예산을 늘린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이어 "노인 예산이 예산 총액의 3%에 불과한 것은 우리 정부와 국회가 대체로 복지 예산에 인색하기 때문"이라며 "복지예산을 '퍼주기'로 보는 시각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이 OECD 1위인 상황을 해결하려면 예산이 뒷받침된 보편적 노인복지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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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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