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표 대결 반반 승리…崔 배당안 통과·長 '정관변경 반대' 관철

국민연금, 두 안건 모두 찬성

고려아연을 창립한 장씨 집안과 최씨 집안이 맞붙은 고려아연 주주총회가 양측 반반 승리로 끝났다.

19일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별관에서 오전 9시45분부터 1시간 넘게 진행된 고려아연 주총에서 최대주주 ㈜영풍 측이 반대한 배당은 가결됐고, 정관변경 안건은 부결됐다.

고려아연이 상정한 5000원 결산 배당 안건은 찬성 62.74%로 가결됐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외국 합작법인만 할 수 있도록 한 기존 정관을 변경하는 안건은 부결됐다. 참석 주주 53.02%가 찬성하면서 과반을 넘겼지만 특별 결의 사항 기준을 넘지 못했다. 정관 변경은 특별 결의 사항으로, 주총 참석 주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약 7.8%를 보유해 캐스팅보트 역할을 맡았던 국민연금은 두 안건 모두 찬성했다. 최 회장 지분은 1.75%이지만 우호 지분을 합하면 33%를 넘는다. 영풍그룹 측의 지분은 작년 말 기준 32.27%다.

19일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별관에서 열린 고려아연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 모습 [사진=최서윤 기자]

앞서 장형진 영풍 고문과 ㈜영풍은 결산배당 1만원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외국 합작법인으로 제한할 것을 요구하며 이사회에서 고려아연이 제안한 안건에 반대 의사를 밝혔으나 거부당했다. 이에 이사회 다음날 언론에 입장문을 내면서 표 대결을 예고했다.

고려아연 측도 반박 입장문을 내면서 양측은 주총 전날까지 장외 공방을 이어갔다. 고려아연 노조까지 나서서 "고려아연 흔들기를 멈추고 본인 기업경영에 충실하라"고 밝혔다.

앞서 ISS와 글래스루이스, 한국ESG연구소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대다수가 배당안건에 찬성했다.

이날 장형진 영풍 고문과 고려아연 공동 대표이사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영풍그룹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1949년 공동 설립했다. 장씨 일가가 지배회사인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를,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을 맡는 분리 경영을 해왔다. 최기호 창업주의 손자인 최윤범 회장이 2022년 승진과 함께 경영권을 물려받으면서 계열 분리 가능성이 나왔고 같은 시기 장씨 집안과의 지분 경쟁이 심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