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銀, 고위험상품 관련 항목 KPI 추가
2022년부터 KPI 개편하자
초고령자·고령자 대상 고위험상품 비중 줄어
KB국민·신한도 개정
'DLF 판매 1위' 우리은행 선례 따라
금융당국, TF 구성 예정
시중은행들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성과평가지표(KPI)를 개선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이후 우리은행과 유사하다. KPI를 개선하면서 이번 홍콩H지수 ELS사태를 비껴갔기 때문이다. KPI는 직원의 인사와 성과급 등을 좌우하는 만큼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과도한 영업이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부터 ‘판매채널별 특정 고위험상품 집중판매 위험관리’ 항목을 KPI에 추가한다. 전체 투자상품 판매 건수 중 특정 고위험(1~2등급) 단일 상품 판매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 등 위험한 상황을 수시로 모니터링한다는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는 고위험 상품 판매 시 특정 상품 판매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사전적으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신설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이미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KPI를 도입하고 있다. 2022년 하반기 초고령자(만 80세 이상)를 대상으로 한 투자성 상품 판매실적을 KPI에서 제외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고위험상품 편중 리스크에 노출된 고객 수 감소 실적을 KPI에 포함하기도 했다.
이같은 KPI 개편으로 고령자 고위험상품 보유 비중이 줄었다고 하나은행은 설명한다. 하나은행의 초고령자·고령자의 고위험상품 보유 현황을 보면, 초고령자의 주가연계신탁(ELT) 보유액은 2022년 7월 5258억원에서 지난해 12월 기준 2403억원을 기록해 54.3% 감소했다. 고령자(만 65세 이상)의 경우 1조7009억원에서 1조2957억원으로 23.8% 줄었다. 고위험 펀드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에 초고령자의 경우 2631억원에서 2299억원으로, 고령자는 1조570억원에서 9685억원으로 줄었다.
홍콩H지수 ELS 판매 규모가 가장 많은 KB국민은행도 원금 비보장형 구조화 상품에 판매가 집중되지 않도록 KPI를 개정했다. 전체 펀드·신탁 신규 판매금액에서 원금 손실이 있는 구조화 상품 판매 비중이 일정 수치보다 높으면 KPI에서 감점이 된다. 너무 많이 팔면 평가에서 불이익을 준다는 것이다. 판매액 2위를 기록한 신한은행도 초고령자 고객에 대한 비이자상품 판매 실적 달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상품 판매를 중단하지 않으면서 판매 실적을 KPI에서 제외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4대 은행 중 가장 ELS 판매가 적었던 우리은행의 행보와 비슷하다. DLF 사태 이후 우리은행은 2020년부터 2021년까지 KPI에서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 등 평가 요소를 강화했다. 예를 들어 고객 사후관리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항목을 새롭게 만들었다. 당시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DLF를 판매했다. 수조 원대 대규모 환매 중단을 초래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도 겪었기 때문에 KPI 전면 개편 등 적극적인 보완책 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는 은행별 홍콩H지수 ELS 판매 규모에서 나타난다. 우리은행은 400억원으로, 전체 판매액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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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도 연내에 KPI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3일 개인투자자와 만난 이후 취재진에게 “직원들의 성과평가가 고객 이익과 연계되도록 하는 방안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며 “가능하면 이달 중에라도 당국, 업계, 학계, 협회, 소비자 전문가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성과가 연내에 도출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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