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우리·롯데, 카드채 2~5bp 언더발행
채권시장 한파 누그러져 여전채 3.7%대
"국고채 금리가 콜금리보다 낮아진 영향"
혼란했던 채권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카드사들이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 평균 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여신전문금융채를 발행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카드론과 자동차 할부금융 이율도 안정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우리카드·롯데카드 등 주요 카드사가 이달 초 잇따라 ‘언더 발행’에 성공했다. 언더 발행이란 회사채 발행사가 민평금리보다 낮은 수준에서 모집액을 채우는 것을 말한다.
삼성카드는 2800억원 규모의 무보증 일반사채를 민평금리 대비 5bp(1bp=0.01%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발행했다고 지난 5일 공시했다. 우리카드도 무보증 일반사채 2800억원의 발행 금리가 민평금리보다 5bp 낮게 결정됐다고 7일 공시했다. 같은 날 롯데카드는 2년1개월물 1100억원과 3년물 100억원 등 총 1200억원 규모의 무보증 일반사채 모집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발행 금리는 민평금리 대비 2bp 낮은 수준이다.
실제 여전채 시장은 다소 진정됐다는 평가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여전채(AA+·3년물) 금리는 3.772%를 기록했다. 2022년 5월30일(3.712%) 이후 약 1년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지난해 10월31일 4.939%로 연중 최고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25%가량 하락했다.
채권 시장이 다시 기운을 차리면서 자금 조달이 수월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 채권 트레이더는 “올해 들어 국고채 수익률이 콜금리(금융기관 사이에 단기적인 자금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보다 낮아지니 비교적 고금리 채권인 회사채 수요가 늘어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월 들어선 미국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일부 경제 지표가 인플레이션 둔화를 가리키자 국내외 기준금리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퍼졌다”고 덧붙였다.
카드사의 자금 조달 상황이 개선되면서 급등했던 여신 상품 이자도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카드사는 은행의 예금 같은 수신 기능이 없어 통상 필요 자금의 70% 안팎을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다. 여전채 금리가 내려가면 그만큼 카드사의 자금 조달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카드 대출 이자도 완화되는 구조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여전채 조달 금리가 낮아지면 카드론이나 자동차 할부금융 금리도 낮아질 수 있다”며 “보통 3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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