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2배 넘는 캥거루에 호주 당국도 골치
호주 빅토리아주의 한 골프 코스에서 게임이 일체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갑자기 나타난 캥거루 떼가 골프장 주변을 돌며 난동을 부린 탓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호주 거주자 스티븐 로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은 호주 빅토리아주 헤리티지 골프 코스에서 촬영된 것으로, 어림잡아 수백마리는 족히 넘어 보이는 캥거루 떼가 골프장을 횡으로 가로지르고 있다. 로셰는 영상을 두고 "진짜배기 난동"이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헤리티지 골프, 컨트리클럽 두 개 코스에 걸쳐 캥거루들이 꽤 있다"면서도 "(캥거루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건) 난생처음 본다"고 덧붙였다.
결국 해당 골프장은 캥거루 떼가 전부 지나갈 때까지 제대로 경기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장면을 촬영한 또 다른 골프장 이용객은 "(캥거루들의 횡단이) 영원히 지속되는 줄만 알았다"고 감상을 전하기도 했다.
이 골프장에서 '캥거루 난동'이 펼쳐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해당 골프장은 캥거루들의 빈번한 침입을 막기 위해, 인근에 서식하는 캥거루를 제거할 계획을 세우기까지 했다.
이 계획은 대중의 강한 반대로 인해 무산됐고, 대신 골프장은 캥거루 서식지 인근에 펜스를 세워 침입을 막고 있다. 그러나 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캥거루는 이따금 펜스를 넘어 골프장을 가로지른다.
호주에서 캥거루가 인간 주거지로 침입해 들어오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2016년 발표된 호주 당국 보고서를 보면, 호주에는 약 4400만마리의 캥거루가 서식한다. 동일한 해에 호주 인구 2400만명의 약 2배에 달한다. 사실상 캥거루야말로 호주 대륙의 '지배종'인 셈이다.
개체 수 통제가 어렵다 보니 호주 당국도 캥거루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캥거루가 농가에 침입해 작물을 망치는 일이 늘어나면서, 2019년부터는 제한적인 사냥을 허가하기도 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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