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FDA에서 적응증 확대받아
비만합병증 효능으로 건보 적용 시도
한국은 아직 출시 안 돼 처방 불가능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후 비만약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의약품이 미국에서 심혈관질환까지 효능을 인정받았다.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보험 급여 적용이 필수적임에도 '단순 미용 목적'의 체중 감량용으로 사용되는 GLP-1 약의 보험 적용에 소극적이었던 미국 공·사 건강보험의 입장이 바뀔지 주목된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8일(현지시간) 자사의 GLP-1 계열 비만약 위고비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주요 심혈관 이상 위험 감소'에 대한 적응증을 추가로 받았다고 밝혔다. 과체중 또는 비만이면서 심혈관 질환이 있는 성인이 위고비를 맞을 경우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심근경색·뇌졸중 등 주요 심혈관 이상 증상의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임상시험을 통해 인정받은 것이다. 지난해 8월 발표된 임상시험 결과에서 위고비 투약군은 위약군과 비교해 주요 심혈관 이상 증상의 발생 위험을 20%가량 감소시켰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이다. 이를 이용해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는데, 부수적으로 식욕 억제 등을 통한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되면서 비만으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가 쌍두마차다. 이들은 임상시험에서 20%가량의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나 '기적의 비만 치료제'로 불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위고비는 심혈관질환의 억제 가능성까지 확인된 것이다. 일라이 릴리도 젭바운드가 심혈관 증상의 발생률을 줄이는지 확인하는 임상시험 중이다. 결과는 2027년께 나올 전망이다.
위고비 등 두 회사의 CLP-1 계열 당뇨약과 비만약은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일부 사용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아 처방은 이뤄지지 않는다.
미국에서 이뤄진 이번 GLP-1 약물의 심혈관질환 적응증 인정은 그간 지체되던 미국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 GLP-1 약물의 메인 시장인 미국에선 현재 이들에 대한 보험 적용이 제한되고 있다. 미국 주요 공보험인 메디케어는 당뇨병 환자에게만 GLP-1 약물 관련 보험을 적용하며, 비만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대부분 사보험사도 비만에는 보험 적용을 꺼린다.
하지만 GLP-1 약물이 심혈관질환 등 비만이 유발하는 2차 질환 위험을 낮추면 미국 건강보험이 계속해서 적용을 거부하기는 힘들 것으로 미국 의약품시장조사업체 리링크파트너스는 전망한다. 지난해 11월 미국의사협회(AMA)도 비만약의 보험 적용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하는 등 해당 의약품의 보험 적용을 촉구하고 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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