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부호 20위 오른 엔비디아 CEO
대만계 미국인…1993년 회사 창업
스티브 잡스처럼 워커홀릭
여러분은 '인공지능(AI)' 키워드를 들으면 누가 떠오르시나요? 연일 AI 관련 소식이 쏟아지는 때이기에 다양한 인물이 꼽힐 수 있겠지만 다수는 이 사람을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바로 미국 엔비디아의 젠슨 황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입니다.
젠슨 황 CEO는 1993년 엔비디아를 공동 창업한 뒤 회사를 열심히 키운 결과 오늘날 시가총액 2조570억달러(약 2748조1520억원)의 거대 기업 대표로 거듭났습니다. 엔비디아 시총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등 웬만한 국가의 한 해 예산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입니다.
이달엔 시총이 처음으로 장중 2조달러를 넘기면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엔비디아가 세 번째로 2조달러 기업에 이름을 올렸죠. 지난해 6월 시총이 1조달러를 넘기면서 한 차례 큰 주목을 받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1년이 채 안 되는 시기에 몸집을 두 배나 불린 것입니다.
그 덕분에 엔비디아 지분 3.5%를 보유한 젠슨 황 CEO는 2일 기준 724억달러(약 96조7264억원) 넘는 자산을 기록하며 세계 갑부 순위 20위에 올랐습니다. 최근 20위대 순위에 머무르다 결국 10위권을 넘보는 부호로 이름을 날리게 된 겁니다.
9살 때 미국으로 이민…식당에서 엔비디아 창업
엔비디아의 활약이 뛰어나다 보니 젠슨 황 CEO를 향한 세간의 관심이 큽니다. 그는 1963년생으로 올해 61세입니다. 토끼띠이죠. 나이를 듣고 놀라는 분들도 꽤 있을 겁니다. 아마 세계 곳곳을 다니며 활발한 경영 활동을 펼치는 그의 열정 덕분일 것 같습니다.
젠슨 황 CEO는 대만계 미국인입니다. 화학 공학자인 아버지와 영어를 가르치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9살까지 대만과 태국에서 살았습니다. 이후 미국으로 이민을 했죠.
그는 학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오리건주립대에 입학, 전기공학 학사를 마친 뒤 AMD 등 반도체 기업에서 일하며 엔지니어 경력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스탠퍼드대에서 같은 전공으로 석사 과정도 마쳤습니다. 그러다 30살이 되던 1993년. 젠슨 황 CEO는 인생의 새 기회를 찾게 됩니다.
그는 당시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있던 식당 체인인 데니스에서 같은 엔지니어였던 크리스 말라초스키, 커티스 프리엠과 만나 냅킨에 아이디어를 적어가며 엔비디아 창업 계획을 구체화했습니다. 창업 자금은 4만달러로 첫 사무실은 월세로 구한 아파트였죠. 여느 실리콘밸리 태생 기업이 그렇듯 작지만 위대한 첫발을 내디딘 겁니다.
컴퓨터 게임을 즐겨 하던 젠슨 황 CEO가 주목한 유망 분야는 '그래픽'이었습니다. 점점 더 화려해지는 게임 장면을 구현하려면 그래픽 기술 수준을 높여야 하고, 이때 다량의 픽셀(화면의 가장 작은 구성단위인 '점')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전용 칩셋이 있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엔비디아는 이에 1995년 그래픽 칩셋을 선보였습니다. 1999년엔 현재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념을 정립한 GPU 브랜드 '지포스' 제품을 처음 출시했습니다. 한 가지 고급 연산 작업에 집중하는 중앙처리장치(CPU) 대신 단순 작업을 여럿 동시에 처리하는 GPU를 선보인 겁니다. 2007년엔 GPU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쿠다(CUDA)'까지 선보이며 시장 지배력을 키웠습니다.
현재 엔비디아 GPU는 게임 분야뿐 아니라 대규모 데이터 학습을 해야 하는 AI 분야에서도 필수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죠. 회사는 이 과정에서 미국의 거대 빅테크조차 줄 세울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기업으로 거듭났습니다.
미래 사업 고심하는 젠슨 황…향후 5년 내 AGI 도래 예고
젠슨 황 CEO의 성격은 어떨까요. 실리콘밸리에선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와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합니다. 한 가지 옷만 입고 다니는 고집스러운(?) 패션 스타일도 공통점이지만 일하기 위해 사는 지독한 워커홀릭이라는 점이 비슷하다고 하네요. 외신에 따르면 그는 현재에 충실하기 위해 손목시계도 차지 않는다고 합니다. 엔비디아 직원들은 CEO가 본사 캠퍼스를 분주히 돌아다니거나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본다고 하죠.
이민자 출신인 그의 배경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젠슨 황 CEO를 수십 년간 알고 지낸 지인은 그의 성공 뒷단에 '근성과 회복력'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어릴 때 겪은 혼란과 적응, 어려움 극복 등이 그의 큰 자양분이 됐다는 내용입니다.
실제 그는 학창 시절 인종차별을 당하는 등 어려움이 컸지만 고등학교를 2년 만에 조기 졸업하며 남다른 면모를 보였다고 합니다. 15살 때부터는 식당 아르바이트도 했다고 하는데요, 덕분에 수줍음 많은 성격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레스토랑 업계에서 첫 직장을 얻길 강력하게 권한다"며 "이 일을 통해 겸손과 근면함을 배울 수 있었다"라고도 했죠.
젠슨 황 CEO의 현재 고민은 미래 사업입니다. 지금 이룬 사업 성과를 즐길 법도 한데 AI가 낳을 또 다른 미래 모습이 어떨지, 먹거리가 무엇일지 고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그가 인텔의 전설적인 경영자인 앤디 그로브가 쓴 '편집증 환자만이 살아남는다(Only the Paranoid Survive)'라는 책을 좋아한다고 밝힌 이유를 잘 알 수 있는 부분이죠.
당장은 인간 수준의 의식을 지닌 '범용인공지능(AGI)'에 관심을 두는 모습입니다. 젠슨 황 CEO는 지난해에 이어 최근 열린 미국 행사에서도 향후 5년 안에 AGI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AGI 기준을 어떻게 둘지에 따라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그때가 되면 인간이 치르는 모든 시험에서 AGI가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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