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에 직접 병력을 파견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서방 일각의 파병설에 대해 "어떤 것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파장이 확대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도 파병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부대를 파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같은 날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싸울 군인을 보낼 계획이 없다. 대통령은 이에 대해 매우 분명히 밝혀왔고, 계속 그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전투 병력이 아닌 훈련 등 다른 목적을 위한 대우크라이나 파병이 가능할지에 대한 질문에 "우크라이나에 지상군을 보내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은 (그것을) 매우 분명히 밝혀왔다"고 답변했다.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승리로 가는 길은 미국 하원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회에 우크라이나 지원을 포함한 포괄적 안보 예산안 처리를 촉구했다.
이러한 입장 발표는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언급하고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으로 확산한 서방 일각의 파병 검토설에 직접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2022년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포함한 물적 지원을 하되, 직접 파병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앞서 피초 총리는 지난 26일 자국TV 연설에서 나토와 유럽연합(EU)의 일부가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파병 논란은 직후 마크롱 대통령이 "어떤 것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러시아가 승리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답함으로써 확대됐다. 러시아는 즉각 "파병 시 러시아와 나토의 직접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반발했고,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도 파병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다만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일축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파병설이 완전히 진화되진 않은 모습이다. 스테판 세주르네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의회에 출석해 "우크라이나에서 지뢰 제거나 무기 생산, 사이버 작전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는 전투 영역을 넘지 않는 선에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직접 수행해야 할 수도 있다"며 "그 어떤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게 대통령의 여전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전투병이 아니어도 비전투 병과의 군대를 우크라이나에 직접 파병해 지원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어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조치를 고려해야 하고 매우 구체적인 필요에 대응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AFP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서방 군대를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가능성을 띄우면서 큰 금기를 깼다. 이는 핵무장한 러시아를 상대로 한 최후의 결전에 강수를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마크롱 대통령의 과감한 공론화를 계기로 2년 이상 장기화하는 전쟁을 마무리 짓기 위한 서방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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