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호 교수 "노동인구 늘리는 방안 될 수 있어"
한국이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시범 도입한 것이 인구 감소 위기를 해소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미국 CNN 방송이 소개했다. 디지털 노마드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여기저기 이동하면서 원격으로 일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이 매체는 22일(현지시간) "한국 전문가 일부는 이런 비자가 그저 여행을 쉽게 하는 것 이상의 것일 수 있다고 믿는다"며 "극도로 낮은 출산율을 기록한 이 나라의 노동인구를 늘릴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CNN 인터뷰에 따르면 서정호 미국 조지워싱턴대 한국학경영연구소 교수는 "디지털 노마드 비자 도입은 더 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찾도록 하는 더 큰 계획을 연착륙시키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이 0.78로 세계 최저를 기록했다. 내년에는 이 수치가 0.65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노마드 비자는 아시아 다른 지역과 비교해 적은 외국계 주민 수를 늘리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서 교수는 내다봤다. 그는 "아마도 정부는 이런 새 비자 정책을 통해 민족 간, 혹은 한국계와 비한국계 간의 사회적 혼합 정상화를 위한 의제나 논의를 주도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원격 근무하며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을 위한 커뮤니티 '디지털노마드코리아'를 운영하는 조정현 호퍼스 대표는 소속 회원 1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3.6%가 디지털 노마드 비자에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다만,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신청한 일부 외국인들은 자격 요건을 지나치게 높게 설정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국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발급받으려면 해외 기업에 소속된 외국인으로 소득이 한국의 전년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2배 이상이어야 한다. 본국 후송 보장액이 1억원 이상인 개인 의료 보험에 가입하는 등의 요건도 갖춰야 한다.
CNN은 타국 거주 외국인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포털 '인터네이션스'가 매년 실시하는 분석에서 한국 정착 난이도가 조사 대상 53개국 중 50위로 꼴찌에 가깝게 나타났다는 내용도 보도했다.
한편, 원격 근무자 트렌드 분석 웹사이트 '디지털 노마드 월드'는 서울에 거주하며 일하는 외국인은 통상 매달 2050달러(약 270만원)의 생활비를 지출하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 사이트는 한국을 밤 문화나 청년 문화 측면에서 높이 평가했지만, 성 소수자(LGBT) 수용도나 영어를 통한 의사소통 가능 수준에서는 낮은 점수를 줬다고 CNN은 전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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