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냉동배아도 태아" 첫판결…낙태 금지 영향은

미국에서 체외 인공수정(IVF·시험관 아기)을 위해 만들어진 냉동 배아(수정란)도 태아로 봐야 한다는 첫 주 법원 판결이 나왔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토마스 돕스 대 잭슨 여성보건기구' 사건에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는 낙태권 폐기 판결을 내린 지 이틀 후인 2022년 6월26일(현지시간) 낙태 옹호론자들이 워싱턴 연방대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해당 판결이 미국의 역사를 후퇴시켰다며 낙태권 보장을 위해 맞서겠다고 밝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앨라배마주 대법원이 지난 16일 냉동 배아도 태아이며 이를 폐기할 경우 법적 책임이 따르는 것으로 판결했다고 보도했다.

쟁점은 실수로 다른 부부의 냉동 배아를 떨어뜨려 파괴한 한 환자에 대해 불법 행위에 따른 사망 혐의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였다. 앨라배마주 대법원 재판부는 냉동 배아도 불법 행위에 따른 미성년자 사망 관련 법에 따라 아기와 같은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봤다. "이는 태어났든 안 태어났든 모든 아이에게 제한 없이 적용된다"는 이유에서다.

판결문엔 "모든 인간의 생명은 심지어 출생 이전에도 하나님의 형상을 품고 있으며, 그들의 생명은 하나님의 영광을 지우지 않고서는 파괴될 수 없다", "인간의 생명을 부당하게 파괴한다면 이는 자신이 지어낸 형상이 파괴되는 것을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여기는 신성한 하나님의 분노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문구도 담겼다. 이는 배아가 아이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소송을 기각한 하급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이에 낙태권 지지자들은 물론 의료계에서도 체외 인공수정 시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미국에서만 연간 수십만 명의 난임 부부가 체외 인공수정을 이용한다. 앨라배마주 의사협회는 브리핑을 통해 이번 판결로 인해 체외 인공수정 관련 소송 위험성이 커져서 시술 비용이 더 커지거나 불임 클리닉들이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