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에어쇼에 첫 등장
美·유럽 규제당국 승인이 관건
중국이 처음으로 자체 생산한 여객기가 해외 에어쇼에서 첫 선을 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아직까진 중국 내수용으로 머물고 있는 중국산 항공기가 얼마나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향후 미국, 유럽 항공사와 경쟁할 체력을 키우겠다는 입장인 가운데 저가 마케팅 전략을 통해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신규 항공시장으로 진출을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CNN에 따르면 이날 중국상용항공기(COMAC)가 지난 2022년 제작한 첫 국산 항공기인 C919가 싱가포르 에어쇼에서 첫 선을 보였다. 중국 자체제작 항공기가 해외 에어쇼에 출품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C919는 18일 에어쇼 개막을 앞두고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 인근 상공에서 연습비행을 하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날부터 2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싱가포르 에어쇼에는 세계 3대 에어쇼 중 하나로 50여개국에서 1000개 이상의 기업과 관련자 5만명 이상이 참가했다. 싱가포르 공군은 곡예비행을 위해 F-15 전투기와 아파치 헬기 등을 파견했고 한국과 인도, 호주 등의 비행팀도 참가했다.
이번 에어쇼에 참가한 C919 여객기는 중국 당국의 지원 하에 COMAC가 개발한 첫 중국 자체 제작 항공기다. COMAC는 2006년부터 C1919 연구개발에 착수해 2022년 9월, 중국 항공 당국으로부터 상용 비행을 위한 최종 절차인 감항 인증(항공기의 안전 비행 성능 인증)을 받았다. 기내 통로가 하나인 협동체 중형 여객기로 분류되며, 탑승 정원은 164명이다. 대당 가격은 1억달러(약 1338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C919는 아직 중국 국내선에서만 이용 중이다. 2022년 1대, 지난해에는 3대가 중국 동방항공에 인수된 바 있다. 올해는 약 12대가 납품될 예정이다. 아직은 소량생산에 머물고 있지만, 3~5년 내 설비증설에 나서 대량생산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당초 COMAC의 목표는 연 150대 이상 생산이었지만 중국 경기가 어려움에 처하면서 증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COMAC의 증설이 본격화되면 미국 보잉사와 유럽 에어버스 등 서방 기업들이 양분한 여객기 시장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아직 C919는 미국과 유럽 항공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라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싱가포르의 항공 컨설턴트 기업인 엔다우 애널리틱스(Endau Analytics)의 슈코르 유소프(Shukor Yusof) 대표는 CNN에 "C919가 미국과 유럽 항공 규제당국의 인준을 받지 못하고 있고, 아직 5~6시간 비행 능력에 그치는 것은 단점"이라면서 "다만 중국과 정치적으로 우호적인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저가 내수용으로는 잠재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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