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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기죽고 힘빠진 과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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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기죽고 힘빠진 과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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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사리 우주항공청의 설립이 확정됐지만 가장 중요한 인력 수급의 적신호가 켜졌다. 과연 누가 대한민국을 달 착륙국가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필요하다. 우주과학자를 키우려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대략 10년 이상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와 업계의 판단이다. 대학 졸업 후 10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은 의사와 비교해도 쉽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항공우주 분야는 기초 학문부터 엔지니어링까지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이 필요한 과학 종합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매년 1500명의 항공우주 인력이 배출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지나치게 안일한 판단이다.


카이스트(KAIST)는 국내 과학인력 양성의 중심이다. 카이스트 졸업생들은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앞장서 왔다. ‘나는 카이스트 졸업생’이라는 자부심은 연구가 벽을 만날 때마다 흔들리는 학생들을 중심을 지켜주는 주춧돌이었다. 이런 카이스트의 졸업식에서까지 정부의 연구개발(R&D) 정책에 불만을 표하는 학생이 생겼다는 것은 우리 과학의 미래에 부정적인 신호가 분명하다.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를 발표한 후 이미 대치동 학원가는 의대 입학을 노리는 학생과 학부모의 열기로 가득하다. 주말 저녁에도 대치동 학원가 도로는 학생을 하원시키려는 부모들의 차량이 가득하다. 의대 입학 행렬에 N수생을 넘어 이미 대학을 다니고 있는 이공계 대학생이나 석박사 과정에 있는 학생들도 동참하려는 모습도 감지된다. 10년만 따져도 2만명의 고급 두뇌가 의대로 향하고 그만큼 우수한 이공계 학생들의 공백이 불가피하다. 이공계 전반적인 학력 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한숨이 나오는 이유다.


현실은 학생이 아니라 학부모가 더 잘 안다. 자녀를 의대에 보내겠다는 부모들은 아이의 손을 잡고 초등생 의대 입시 전문 학원으로 향한다. 코딩이나 수학에 재질을 보이는 아이라도 의대에 보내겠다는 학부모들의 마음을 돌려세울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이미 입시 현장의 의대 선호 현상은 광풍이다. 정부는 국책연구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매월 최대 11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과학발전의 사명감을 가지고 버티는 것이 아니라면, 학생 스스로 충분한 재력이 있지 않다면 이 정도 금액으로 연구 현장에서 의대로 떠나는 학생을 붙잡아 두는 것이 가능할까.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 이공계 인력의 해외 유출이다. 대표적인 예가 반도체 분야다. 국내 반도체 교육은 해외와 비교해도 수준이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반도체 인력 확보가 시급한 해외 기업들이 우리 학생들을 스카우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부 학교는 해외 취업 상황을 알리는 것을 꺼리기까지 한다. 인력 유출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자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지원 중인 미국 정부는 전문직 취업비자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우수한 이공계 인재는 언제나 부족했다. 해외에서 스카우트를 해와도 부족한데 우리는 어렵게 육성한 인력마저 놓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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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정책에 불만을 표한 카이스트 학생이 졸업식에서 끌려 나가는 것을 지켜본 후 술자리로 향하던 한 교수는 기분이 꿀꿀하다고 했다. 어깨에 힘이 빠진 과학자들이 의지할 것이 술잔이라는 게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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