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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계좌로 받은 출산장려금은 증여?…알쏭달쏭한 '실질과세원칙'[송승섭의 금융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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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장려금을 '증여'한 부영그룹
근로소득 때와는 세금이 천지차이
'조세법률주의'와 '실질과세원칙'
월 20만원, 비과세 한도 늘어날까

자녀 계좌로 받은 출산장려금은 증여?…알쏭달쏭한 '실질과세원칙'[송승섭의 금융라이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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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다니는 회사가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단 여러분의 계좌가 아닌 자녀의 계좌에 송금하기로 결정했죠. 돈을 벌었으니 세금을 내야 하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업무의 대가로 받았으니 ‘근로소득세’를 내야 할까요? 아니면 내 자산이 자식에게 옮겨졌으니 ‘증여세’를 내야 할까요? ‘법대로’ 하면 될 것 같지만, 사실 법도 정답을 모릅니다. 법대로 하는 게 꼭 정답도 아니고요. 무슨 말인가 싶지만 여기에는 깊은 세법 원칙이 숨어있습니다.


출산장려금 '증여'한 부영…근로소득 때와는 세금 천지차이

앞선 사례는 부영그룹의 실제 이야기입니다. 최근 부영그룹은 2021년 이후 아이를 낳은 직원들에게 출산장려금 1억원을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자면 부영그룹은 직원들에게 출산장려금을 준 게 아닙니다. 직원들의 자녀에게 출산장려금을 지급했죠. 어차피 똑같은 가정에 지급된 것이니 무슨 상관인가 싶지만, 현행법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근로자와 기업이 내야 할 돈이 달라지거든요.


자녀 계좌로 받은 출산장려금은 증여?…알쏭달쏭한 '실질과세원칙'[송승섭의 금융라이트]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중구 부영빌딩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다둥이 가족에게 출산장려금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부영그룹은 임직원 자녀들에게 돈을 줬으니 증여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그러면 직원들은 증여세를 내게 되죠. 증여세율은 1억원 이하일 경우 10%입니다. 직원들은 1억원을 받았으니 세금 1000만원을 내는 겁니다. 부영그룹도 추가 세금이 생깁니다. 법인세는 수익에서 비용을 뺀 이익에 거둡니다. 그런데 증여는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업무와 무관한 지출이라고 보거든요. 따라서 장부상 부영그룹의 이익이 늘어나게 되고, 직원 1인당 최대 2640만원에 달하는 추가 법인세가 발생합니다.


만약 부영그룹이 증여가 아닌 ‘근로소득’으로 해석했다면 어떻게 달라질까요? 직원들은 증여세가 아닌 근로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그러면 최고 35% 이상의 세율을 감당해야 합니다. 세금만 최대 4180만원에 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면 기업은 아무런 세금부담이 없습니다. 직원들에게 주는 월급이니 비용으로 인정받거든요. 즉 부영그룹은 직원들의 세금을 덜어주기 위해 자녀에게 직접 지급하는 증여방식을 택한 겁니다. 기업의 부담이 늘지만, 직원들은 최대 3180만원에 달하는 세금을 아끼니까요.


법대로 하면 되는 거 아냐?…'조세법률주의'와 '실질과세원칙'
자녀 계좌로 받은 출산장려금은 증여?…알쏭달쏭한 '실질과세원칙'[송승섭의 금융라이트]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하지만 세금이 늘어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기업이든, 아이를 낳은 뒤 장려금을 받은 근로자든 누군가는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거죠. 그러자 윤석열 대통령이 “기업의 자발적인 출산 지원 활성화를 위해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즉각 강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기업 차원의 노력이 확산 중이라는 보고를 받고 “상당히 고무적”이라는 말을 했다고도 전했습니다. 기업이 좋은 일을 한 만큼 세금 부담을 덜어주라는 취지죠.


그런데 세금은 반드시 법에 따라서 거둬야 합니다. 이걸 ‘조세법률주의’라고 합니다. 국민의 재산을 보장하기 위해서죠. 한국은 헌법 59조에 조세법률주의를 명시해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법은 조세 종목과 세율뿐 아니라 세금을 내야 하는 사람과 대상, 표준, 절차까지 명시하게 돼 있죠. 법에 의거하지 않은 세금은 모두 허용되지 않고요. 그렇다면 부영그룹의 경우에도 세법을 뒤져서 세금을 거둬야 하는 것 아닐까요? 법이 있는데도 정부나 기업이 세금을 이리저리 마음대로 매기는 게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자녀 계좌로 받은 출산장려금은 증여?…알쏭달쏭한 '실질과세원칙'[송승섭의 금융라이트]

바로 ‘실질과세원칙’ 덕분입니다. 실질과세원칙이란 말 그대로 세금을 실질적으로 거둘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법에만 치중하다 보면 현실과 괴리되는 일이 종종 생기죠. 때로는 탈세를 위해 법에 규정된 형식만 지키는 경우도 많고요.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 세금은 법과 현실을 적절하게 조율해서 거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무용 건물에 침대를 두고 먹고 잔다면 어떻게 세금을 매겨야 할까요? 서류상에는 사무용 건물로 등록돼있지만, 사실상 주거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으니 거주 주택과 관련된 세금을 매겨야 합리적이겠죠.


세법 해석 고민하는 정부…비과세 한도도 늘어날까
자녀 계좌로 받은 출산장려금은 증여?…알쏭달쏭한 '실질과세원칙'[송승섭의 금융라이트]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부영그룹의 출산장려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기획재정부에서 세금 제도를 담당하고 있는 정정훈 세제실장은 이번 사례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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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직원에게 뭔가 줬다면 돈이든 자동차든, 명분이 체력단련비이든 출산장려금이든 기본적으로 당연히 근로소득입니다. 만약 이걸 직원에게 직접 주지 않고 때로는 부모님 통장에 줄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때 부모에 증여한 것인지 아닌지는 애매한 부분이고, (부영그룹의) 출산장려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중략) 근로소득으로 볼지 증여로 볼지는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해석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석하고 법을 보완할지 고민 중입니다.”

자녀 계좌로 받은 출산장려금은 증여?…알쏭달쏭한 '실질과세원칙'[송승섭의 금융라이트]

기재부는 대통령 지시인만큼 세금부담이 없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할 방침입니다. 법인이 출산지원금을 비용으로 인정받으려면 모든 직원에게 공통의 기준으로 지급해야 하는데, 부영그룹의 출산지원금은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입니다. 또 현재 비과세 한도인 월 20만원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편집자주경제와 금융은 어렵습니다. 복잡한 용어와 뒷이야기 때문이죠. 금융라이트는 매주 알기 쉬운 경제·금융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사전지식이 전혀 없어도 술술 읽히는 이야기로 경제·금융에 '불'을 켜드립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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