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번 돈 세뱃돈으로 주신 분들께 죄송"
온라인 불법도박으로 수십만 원을 날린 고등학생이 반성한다고 밝히자, 누리꾼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친구 따라 도박했다가 수십만 원 탕진…"반성한다" 고백에 누리꾼 응원
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온라인 불법도박으로 세뱃돈과 용돈을 모두 잃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고등학교 2학년생이라고 밝힌 작성자 A군은 "2023년 12월 말 온라인 불법도박을 친구를 통해 접하게 됐고, 용돈이 부족했던 저는 클릭 몇 번에 몇만 원을 버는 모습이 신기하고 부러웠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온라인 도박으로 용돈 60만원을 모두 날렸다고 고백했다. A군은 60만원을 다시 모으기 위해 주말마다 아르바이트까지 나갔다. 그렇게 아르바이트로 번 60만원으로 부모님에게 설 선물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A군은 다시 도박의 유혹에 넘어갔다. 세뱃돈을 받은 이후다. A군은 "제 친구가 세뱃돈으로 120만 원을 땄다는 소식을 들으니 다신 안 하겠다고 끊었던 온라인 불법도박이 다시금 생각났다"며 다시 도박에 손을 댔다고 했다. 그렇게 그는 82만원의 세뱃돈도 모두 날리게 됐다. 그러면서 A군은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일 텐데 제게 세뱃돈을 주신 분들에게 정말 죄송하고 부끄럽다"며 "이 일을 말씀드리면 부모님께서 저를 더 이상 믿지 못하고 사랑해주지 않을 것 같아 두렵다"라고 이야기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쉽게 번 돈은 언제든 쉽게 증발한다", "금은 돈을 잃었지만, 나중엔 목숨까지 잃을 수 있으니 다시는 도박하지 말아라" 등 따끔한 조언을 남기면서도 "지금 뉘우치고 있으니 끊을 수 있다", "학생의 마음가짐과 용기를 응원한다" 등 반성하는 A군을 향해 응원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A군은 15일 다시 한번 글을 올려 감사 인사를 전했다. 부모님에게 도박 사실을 고백했다는 그는 "어제 이후로 정말 다른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오늘 하루를 시작했다"며 "더 이상 부끄러운 행동 하나 하지 않고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아들로 자라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소년 도박 문제…'2차 피해 위험'
한편 여성가족부에서 지난해 처음 실시한 '사이버도박 진단조사'에서 중1·고1 88만여 명 학생 가운데 약 2만9000명이 사이버도박 위험군으로 분류돼 청소년 도박 문제의 심각성을 나타냈다. 2022년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실시한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를 보면 초등학교 고학년(4~6학년)·중·고등학교 재학생 가운데 4.8%인 약 19만명이 도박 문제 위험 집단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청소년 온라인 불법도박이 더 큰 문제가 되는 이유는 폭행·갈취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서울병원과 한림대성심병원 공동 연구팀이 도박 경험이 있는 청소년 5619명을 분석한 결과 돈을 훔치는 행위가 청소년 도박의 주요 증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석이나 자퇴 등 도박에 손대기 전 참여하던 활동에 불참하거나 포기하는 증상 또한 빈번하게 보였다. 또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마약 배달이나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가담하거나 불법 사채 등을 써 빚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도박 중독으로 도움이 필요할 때는 전화 상담(1336)과 온라인 상담(넷라인 netline.kcgp.or.kr), 카카오톡 상담(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친구 추가)등이 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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