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국방부장관 사우디 방산전시회 참가
국방부 “중장기적인 방산협력 기반 마련 노력”
우리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6세대 전투기 공동개발을 본격 논의한다. 공동개발이 성사될 경우 세계 항공 수출시장에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3일 국방부에 따르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모하메드 빈 무바라크 알 마즈루이 국방 특임장관과 회담한다.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도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한다. 3∼5일에는 사우디를 찾아 수도 리야드에서 개최되는 제2회 국제방위산업전시회(WDS)에 참석한다. WDS는 사우디가 격년으로 개최하는 방산전시회다. 국방부 관계자는 "신 장관의 3개국 방문은 정상회담에 대한 국방부 차원의 후속 조치”라며 "더욱더 중장기적이고 전략적 관점에서 방산 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와 국방과학연구소(ADD) 고위 관계자들은 지난달 23일부터 26일까지 사우디를 극비에 방문한 바 있다. 칼레드 빈 후세이 알 비야리 사우디 국방부 정무차관 등 관계자들을 만났다. 6세대 전투기 공동개발에 관해 논의했다.
신원식 장관, UAE에 이어 사우디 방문해 본격 논의
▲왜 사우디와 손잡나= 우리 정부와 사우디가 적극적으로 6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최근 글로벌 방산시장에서는 초음속 전투기 개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주력으로 사용되고 있는 F-15나 F-16(미국), 유로파이터(유럽), J-10(중국) 전투기는 4세대 전투기로 분류되며 F-35(미국), SU-57(러시아), J-20(중국) 등 스텔스 성능을 지닌 최신형 전투기는 5세대로 분류된다. 한국이 개발 중인 KF-21 보라매는 4세대와 5세대의 중간 단계에 위치한 4.5세대 전투기에 해당하며 튀르키예(터키), 인도, 스웨덴 등이 5세대 전투기 개발을 진행 중이다.
사우디는 그동안 6세대 전투기 공동개발국을 찾지 못했다. 영국, 이탈리아, 일본은 지난달 6세대 전투기를 공동개발하기로 ‘글로벌 전투항공 프로그램(GCAP)’ 조약에 서명했다. GCAP는 초음속 성능과 레이더 탐지 능력을 대폭 강화한 전투기를 2035년까지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사우디는 여러 차례 GCAP 참여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7월에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은 작업이 많이 완료된 데다 2035년까지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일정이 빡빡하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선 이미 독일의 주도 아래 프랑스, 스페인이 함께 6세대 전투기 ‘미래 전투 공중 시스템 (FCAS)’을 개발 중이다. 2029년에 첫 시험 비행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의 6세대 전투기는= 우리 정부는 사우디에 6세대 전투기 개념 계획을 제시했다. KF -21을 바탕으로 개발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블록(Block)-3 단계 성능 개량을 통해 5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고 6세대인 유무인 복합체계(MUM-T·멈티)를 만들 예정이다. 대한항공의 가오리-X1을 이용해 ‘무인편대기’와 ‘스텔스 무인정찰기’도 포함할 계획이다.
6세대 전투기를 위해 조종사 워크로드(Workload) 경감을 위한 음성·영상 전투상황 인식·통제 시스템 등을 2028년 11월까지 5년에 걸쳐 개발할 계획이다. 과제는 KAI가 총괄하며 세부 과제는 분야별 전문 기술력을 가진 국내 대표 방산업체들과 소요군이 개발에 참여한다. AI 기반의 임무 모듈과 설계기술을 개발하는 종합과제는 KAI를 중심으로 항공전자 전문업체와 함께 AI 기반의 임무 모듈 개발, 유·무인 복합체계의 운용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운용 요구도 도출해 운용개념과 기반 기술 분석 등을 수행할 계획이다. 또 음성·영상 전투상황 인식·통제 시스템, 음성통신·제어 기술 전문업체와도 협업을 진행한다.
6세대 전투기는 유·무인 복합체계가 핵심
▲일본·이탈리아·영국도 손잡다=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위해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장관, 귀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상은 지난해 공동개발을 위해 약속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GCAP는 영국·이탈리아가 추진하던 6세대 전투기 개발계획 ‘템페스트’(Tempest)와 일본의 차세대 전투기 개발계획 ‘F-X’를 합친 것으로 각국 주력 전투기인 유로파이터 타이푼(영국·이탈리아)과 F-2(일본) 등을 대체할 전망이다.
GCAP 민관 합동본부 위치는 영국이다. 대신 정부 기관과 기업기관의 초대 수장에는 각각 일본인과 이탈리아인이 내정된다. 개발 프로그램에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영국 BAE시스템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등 각국 방산업체가 참여한다.
전투기 개발은 방산 프로젝트 중에서도 비용이 많이 드는 분야로 수십 년 동안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된다. 3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동등한 파트너십’ 원칙에 따라 각국의 재정·기술 기여도에 비례해 개발 업무를 분장하기로 했다.
GCAP에 필요한 정확한 총사업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 정부는 기존 템페스트 프로그램에 20억파운드(약 3조2000억원)를 투입했다. 일본 방위성은 2024-2025 회계연도 예산안에 GCAP 사업비로 726억엔(약 6000억원) 배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일본은 영국과 이탈리아 손잡고 2025년 본격 개발
3국은 6세대 전투기 개발 콘셉트를 확정하고 사업성 평가를 완료한 뒤 늦어도 2025년에는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속도(2495㎞/h)보다 두 배 빠른 전투기와 1만배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항공 레이더를 개발할 계획이다. 통상 6세대 전투기 특징으로 거론되는 AI 기술과 드론도 선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도 무인 편대 합동 운영 검토= 유럽에서는 독일의 주도하에 프랑스, 스페인이 함께 6세대 전투기 ‘미래 전투 공중 시스템 (FCAS)’을 개발 중이다. 다쏘, 에어버스, 인드라 시스테마스, MTU 등 유럽 유수의 항공방산업체들이 참가한 FCAS 계획은 2029년에 첫 시험 비행을 진행할 예정이며 2040년부터 초도배치되어 기존에 유럽에서 운용하던 라팔과 유로파이터를 대체할 계획이다. 또 기존의 무인기를 무인전투기로 개발해 FCAS를 모선으로 하는 무인기 편대를 합동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세계 최강의 공군력을 지닌 미국은 지난 5월 6세대 전투기 개발 착수를 발표했다. ‘차세대 공중 지배’(NGAD) 플랫폼으로 명명된 해당 전투기는 다채널 레이더, 레이저 무기, 적응형 사이클 엔진, AI가 적용된 전자 체계 등 미국의 최첨단 기술이 적용되어 미래 중국 공군의 위협에 대응할 계획이다. 미국의 차세대 전투기는 2030년부터 F-22를 대체할 예정이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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