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ed, 4연속 기준금리 동결
"인플레 2%로 내린다는 더 큰 확신 필요"
조기 인하 가능성 일축에 美 증시 일제 하락
"3월에 확신을 갖고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작다.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고 향후 경로는 불확실하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3월 조기 금리 인하 전망에 선을 그었다. Fed는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4회 연속 금리 동결하면서 물가가 Fed 목표치인 2%로 내려오기까지 더 큰 '확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정책결정문에서 '긴축 편향' 문구를 삭제하는 상징적인 조치로 예고한 대로 올해 금리 인하의 문은 열어뒀다. 시장에서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이었던 지난해 12월 회의 때보다 다소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색채가 짙었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열린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2% 목표로 둔화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지만 좀 더 큰 확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6개월간의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충분히 낮았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고 향후 경로는 불확실하다. 인플레이션의 지속적 둔화를 확신할 증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 일각에서 기대하는 3월 금리 인하 전망도 일축했다. 그는 "이날 회의를 토대로 하면 3월 회의 때까지 (금리 인하) 시점으로 3월을 확신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은 작다고 생각한다"며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와는 달리 Fed는 인플레이션 추가 둔화를 확인하기 전까지 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다만 올해 금리 인하 의지는 분명히 밝혔다. 파월 의장은 "긴축 사이클상 우리의 정책 금리가 정점에 달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경제가 예상한 대로 점진적으로 발전한다면 올해 어느 시점에 정책금리를 낮추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Fed 당국자들 사이에서 금리 인하 시점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졌다는 점도 시사했다. 그는 "금리 인하를 제안한 위원은 없었지만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광범위하고 건전한 견해 차이가 있었다"고 전했다.
파월 의장의 이날 기자회견은 금리 인하를 예고했던 지난달과 달리 매파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 앞서 공개된 FOMC 정책결정문에서 Fed는 "최근 지표를 보면 경제활동이 견고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며 "일자리 증가는 지난해 초부터 둔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고, 실업률은 여전히 낮다"고 진단했다. 또 "인플레이션은 지난 1년 동안 완화됐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더 큰 확신을 얻을 때까지 목표 범위를 줄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Fed는 정책결정문을 통해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열어뒀다. Fed는 이날 공개된 정책결정문에서 '추가 정책 강화의 폭(the extent of any additional policy firming)'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Fed는 지난 1년 동안 이 문구를 통해 금리를 더 올릴 의지를 갖고 있음을 드러내 왔다. 이번에 이 문구를 들어냄으로써 상징적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볼 수 있다.
Fed가 3월 조기 금리 인하에 선을 그으면서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3시53분 현재 전장 대비 0.77% 내리고 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 역시 각각 1.58%, 2.21% 하락세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오전 4.21% 선에서 오른 4.45%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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