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NATO·기후변화 주시"
"전원 금리인하 동의…임금 데이터 중요"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미국이 유럽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등 경제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30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라가르드 총재는 "잠재적인 관세와 예상치 못한 가혹한 결정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가 이달 초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 2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유럽에 명백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의 발언이다.
트럼프 1기 동안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관계는 무역 분쟁으로 경색됐다. 미국은 EU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했고, EU는 이에 맞서 미국의 위스키, 오토바이, 데님 등에 관세를 부과하며 대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이오와, 뉴햄프셔주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한 이후 유럽에서 트럼프 2기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22년 미국과 EU 간 상품, 서비스 무역 규모는 총 1조3000억달러(약 172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CNN은 트럼프의 복귀가 무역 정책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까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가드르 총재는 유럽이 트럼프 2기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단일 시장을 강화해 상품, 서비스, 사람,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방법"이라며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더 쉽게 하고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 금융 시장을 통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관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과거에는 이 세 분야에서 미국과 유럽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ECB 위원 전원이 다음 조치는 금리 인하라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아직 구체적 일정을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는 "아직 금리 인하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며 "모든 종류의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그중 임금 관련 데이터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필립 레인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 급여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유럽 임금통계는 오는 5월께 나온다. 4월에 ECB가 금리 인하를 발표할 것이라는 추측이 있지만, 블룸버그는 5월에는 ECB 회의가 없기 때문에 6월에 첫 번째 금리 인하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프랑수아 빌레로이 드 갈라우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다음 회의에서 모든 것이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금리 인하의 전제조건으로 인플레이션 하락을 강조했다. ECB 목표치인 2%까지 인플레이션이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유럽은 인플레이션 하락 추세에 있다"면서도 "금리를 인하하기 전에 인플레이션을 제거하는 과정에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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