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1개 연장 안 돼 종료…1~2년 반짝
밀린 숙제하듯 타자치구 정책 베끼기 지적도
광주광역시 북구의 각종 시책 사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무더기 폐기됐다.
31일 북구에 따르면 51개 시책 사업이 연장되지 못하고 일몰제에 따라 2023년 12월 31을 기해 종료됐다. 지난해부터 시행한 82개 시책 사업 중에는 무려 18개가 1년 반짝하고 말았다.
시책은 매년 본예산 편성 전까지 부서별로 1~2건씩 발굴한 뒤 국별 검토와 구청장 최종 보고를 거쳐 확정된다.
문제는 주민의 행정 수요를 충족하고 구정 발전을 높이기 위해 추진한 다양한 시책 사업들이 연속성을 갖지 못하고 대체로 단발성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사업 목적 달성에 따라서 자동 일몰되기도 하지만, 적지 않은 경우가 성과 부족과 기존 사업 중복을 이유로 정리됐다.
예를 들어 '테이크아웃 일회용 컵 전용 휴지통 설치' 사업은 일회용 컵 수거율이 저조한 데다 불법 투기 등으로 악취 민원까지 유발하면서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2022년부터 전남대 후문 버스정류장 인근 등 2개소에서 시범 운영했는데, 결국 재활용 강화와 시민 의식 향상 등 사업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접게 됐다.
'착한소비 가치ON 라이브커머스 기획전'도 2년 만에 백지화됐다. 담당 부서 관계자는 "기업 호응도 및 사업 효과성을 분석한 결과 투입 대비 결과가 미비했다"고 전했다.
소송 담당 공무원을 지원하고자 추진한 '알기 쉬운 법 해석 온라인서비스'도 이용자 감소로 수명이 다했다. 2022년 사이트 방문자는 1235명이었으나, 지난해 214명을 기록하며 무려 82.6% 고꾸라졌다. 검색 수는 같은 기준으로 6706건에서 1039건으로 84% 쪼그라들었다.
이밖에 여성이 안전한 행복 북구 여성안심벨, 책 속에 주인공은 나야나, 담배연기 없는 금연행복아파트 가꾸기 등 사업도 같은 이유로 폐지됐다.
법적 이슈로 사업이 중단된 사례도 있다. '전통시장 지키는 작은 소방관, 소화패치 지원' 사업은 화재 사고 예방을 위해 전통시장에 소화 패치를 제공하는 정책으로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제한에 걸릴 소지가 있어 중단됐다.
'취약계층 가스 감지기 설치 사업'도 법적 근거가 없어 추진력을 얻지 못했다. 타 부서가 추진 중인 유사 사업과 중복 지원 문제 가능성도 있었다.
촘촘한 복지 안전망 SOS알리미 운영, 마술과 함께하는 어린이 세금강좌 운영, 법인을 위한 지방세 종합안내 책자 발간 등 5개 사업은 기존 사업과 중복된 내용이 많아 종료됐다.
신정훈 북구의원은 "사실 시책 발굴이라는 게 구의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기보다는 타 지자체에서 하는 걸 '우리도 한 번 해보자'는 식의 경향이 있다"며 "밀린 숙제 하듯이 형식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주민 의견을 듣고 고민하는 자세와 자유로운 토의를 바탕으로 한 주민 편익을 높일 수 있는 우수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새로운 시책을 발굴한다는 것이 직원 사이에서 부담일 수도 있고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타지역에서 시행 중인 정책을 무분별하게 적용해서 남발하고 있다고만 보기에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 이사를 하다 보면 안 쓰는 물건이 눈에 들어와 버리는 것처럼 일몰제를 통해 중복 사업 등을 정리해 예산 절감과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호남취재본부 박진형 기자 bless4y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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