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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000000000원 손실 위기?…위태로운 ‘홍콩 ELS’[송승섭의 금융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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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범위만 맞추면 돈을 번다?…ELS의 마법
"증시 안정돼야"…초고위험 파생상품의 등장
50% 넘게 폭락했는데…상반기 만기액 10조

6,000,000,000,000원.

6000000000000원 손실 위기?…위태로운 ‘홍콩 ELS’[송승섭의 금융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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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들이 팔았던 한 투자상품이 막대한 손실을 볼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손해액은 상반기 6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죠. 바로 주가연계증권(ELS) 이야기입니다. ELS가 어떤 상품이길래 이렇게 무지막지한 손해가 나올 수 있다는 걸까요? 왜 ELS 같은 상품을 팔기 시작했을까요? ELS는 앞으로 사도 되는 걸까요?


가격 범위만 맞추면 돈을 번다?…ELS의 마법
6000000000000원 손실 위기?…위태로운 ‘홍콩 ELS’[송승섭의 금융라이트] 지난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6000000000000원 손실 위기?…위태로운 ‘홍콩 ELS’[송승섭의 금융라이트] 지난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LS는 말 그대로 주가와 수익이 연동되는 금융상품입니다. 특정 주식이나 지수의 범위를 미리 설정해두고, 만기에 실제 가격이 범위에 들어오면 수익을 봅니다. 범위 밖이라면 손실이 발생하고요. 핵심은 ‘범위’입니다. 주가가 내려가도 약속한 구간 안에만 들어오면 돈을 법니다. 반대로 주가가 소폭 하향해도 범위를 벗어났다면 약정에 따라 원금을 전부 잃을 수 있고요.


ELS는 잘 활용한다면 훌륭한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ELS는 수년 뒤 주가나 주가지수 가격이 대략 어느 정도일지 맞히는 게임입니다. 변동성이 거의 없는 주식이나 주가로 ELS를 만든다면 안전하면서도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죠. 시장 하락에 대한 위험을 어느 정도 방어하면서도 상승장에서 투자할 수 있고요. 만약 시장이 오를지 떨어질지 알기 어렵다면 ELS는 더욱 유용하겠죠.


물론 ELS도 엄연한 투자 상품입니다. 늘 이익만 내는 기적의 샘물이 아니죠. 당연히 투자에서 손해를 볼 수 있죠. 수십%의 손실을 기록한 ELS 상품도 수두룩하고요, 손실률이 99%인 ELS도 많습니다.

"증시 안정시키자"…초고위험 파생상품의 등장
6000000000000원 손실 위기?…위태로운 ‘홍콩 ELS’[송승섭의 금융라이트] 2003년 주가연계상품 판매 현황. ELS 상품은 출시 반년 만에 총 1조7888억원이 팔렸다. 자료=금융감독원 '주식연계쌍품 판매 현황 및 영향 분석', 사진=자본시장연구원

ELS는 1980년대 후반 세상에 처음 등장합니다. 미국 투자은행(IB) 업계가 만들어 냈죠. 당시는 ‘블랙 먼데이’라는 큰 위기가 있었지만, 인수합병(M&A) 자문 등 IB가 할 일도 늘어나던 시기였습니다. ELS는 투자시장이 커지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1990년대 무렵 미국과 유럽의 상업은행까지 IB에 뛰어들자,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ELS라는 이름이 알려지게 됐죠.


한국에 ELS가 도입된 때는 2003년 3월입니다. 2022년 10월 은행권에서 주식과 연계한 상품을 팔기 시작하면서 ELS도 다루기 시작했죠. ELS는 초반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발행 첫 달에 1498억원이 팔렸는데, 7월에는 5221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주가연계펀드(ELF) 판매액 4710억원보다 511억원 많았죠. 이렇게 반년 동안 팔린 ELS만 1조7888억원에 달합니다.


한국 정부가 초고위험 상품인 ELS 판매를 허용했던 건 역설적이게도 ‘시장 안정’을 위해서였습니다. 2002년 하반기는 은행 금리가 떨어지고 주식시장이 침체되던 해였습니다. 시중 여유자금은 수익성이 좋은 부동산 시장으로 쏠렸고, 폭등 조짐까지 나타났죠. 그러자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는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증시 안정을 대책’을 발표합니다. 증시로 돈을 유도하기 위해 ELS 같은 수익성 좋은 상품을 허용하기로 한 겁니다.


현재 논란이 된 ELS는 항셍중국기업지수와 연계돼 있습니다. 항셍중국기업지수는 쉽게 홍콩H지수(H지수)라고 부르는데요.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 50개를 추려 만듭니다. H지수가 수년 뒤 만기일에 어느 정도일지 맞히는 상품인 거죠. 보통 만기는 3년이고요. 가입 시점과 비교했을 때 지수가 70% 아래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돈을 법니다. 그 이상 하락하면 하락률만큼 손해를 보게 되고요.


50% 넘게 폭락했는데…상반기 만기액만 10조
6000000000000원 손실 위기?…위태로운 ‘홍콩 ELS’[송승섭의 금융라이트]

지금이 2024년이니 지금 만기가 돌아온 상품들은 대부분 2021년 팔렸습니다. 2021년 초 H지수는 1만2000대를 넘나들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H지수는 5300대로 가입 시점 대비 40% 정도에 불과합니다. 돈을 받으려면 70% 수준은 돼야 하는데, 지금은 절반 넘게 폭락해버린 겁니다. 투자자들이 원금이라도 지키려면 지금보다 지수가 30%는 넘게 반등해야 하는 아주 암울한 상황입니다.


손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 만기 손실액은 지난 26일까지 3121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확정 만기 손실률은 53%에 달하고요.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홍콩 ELS 잔액은 10조2000억원가량인데요. 상반기까지 지금 추세가 이어지면 손실금액이 5조~6조원대로 커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투자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금융사들의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는 게 이유입니다. 양정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3일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를 열었는데 한 투자자는 치매 초기 증상이 있는 90대 고령자 아버지에게 ELS 상품을 판매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투자자의 경우 “어머니는 정기예금 상품을 달라고 했지만 홍콩H지수 연계 상품이 손실이 나지 않을 거라며 재가입을 권유한 뒤 위험성을 고지하지도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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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진짜 불완전판매가 벌어졌는지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만약 불완전판매가 적발되면 금융사들은 고객에게 손실액 일부를 배상해야 합니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2021년 라임펀드 사태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죠.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당시 손실액의 40~80%를 배상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금감원은 조사를 끝내고 오는 3월까지 관련 대책을 내놓을 방침입니다.


편집자주경제와 금융은 어렵습니다. 복잡한 용어와 뒷이야기 때문이죠. 금융라이트는 매주 알기 쉬운 경제·금융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사전지식이 전혀 없어도 술술 읽히는 이야기로 경제·금융에 '불'을 켜드립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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