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라이브즈'로 작품·각본상 후보
"제작진과 서로 인연임을 깊이 느껴"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미국 아카데미상 작품상 후보에 오른 셀린 송 감독이 "믿기 어려운 영광"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그가 연출한 '패스트 라이브즈'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23일(현지시간) 발표한 제96회 아카데미상 최종 후보 명단에서 작품상과 각본상(셀린 송)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아메리칸 픽션', '추락의 해부', '바비', '바튼 아카데미', '플라워 킬링 문',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오펜하이머', '가여운 것들',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 등 쟁쟁한 아홉 편과 작품상을 두고 경쟁한다. 각본상을 놓고는 쥐스틴 트리에·아서 하라리(추락의 해부), 데이비드 헤밍슨(바튼 아카데미), 브래들리 쿠퍼·조시 싱어(마에스트로 번스타인), 새미 버치(메이 디셈버) 등과 경합한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과 해성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재회해 서로 인연을 돌아보는 내용의 드라마다. 유태오와 그레타 리, 존 마가로 등이 출연한다. 북미에서 공개되고 한국적 세계관과 풍경을 유려하게 담아냈다고 평가받았다. 송 감독은 "영화를 알아봐 준 아카데미에 감사하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과 감사함이 교차한다"며 "특히 첫 영화로 이런 결과를 얻었다는 점이 놀랍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야기의 뼈대는 송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다. 상당 분량이 한국에서 촬영됐으며, 대사 대부분도 한국어로 구성됐다. 송 감독은 "영화 속 '인연'이라는 개념은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존재함으로써 느끼는 기적적 연결과 사랑의 감정을 의미한다"며 "우리가 전생에서 공유한 수많은 생에 관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패스트 라이브즈'를 만들면서 제작진과 서로 인연임을 깊이 느꼈다. 오늘의 소식으로 영화계 동료들과 같은 감정을 공유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지난해 1월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평단의 호평을 받아 한 달 뒤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지난 7일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영화 드라마 부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비영어권 영화상, 여우주연상 등 다섯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 실패했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남우주연상, 외국어영화상, 각본상 등 세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있다.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부장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보편적 호소력으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송 감독은 한석규·최민식 주연의 영화 '넘버 3(1997)'를 연출한 송능한 감독의 딸이다. 뉴욕에서 극작가로 활동하며 '엔들링스'로 충분한 가능성을 입증했다. 만재도 해녀들의 이야기와 이민 1.5세대라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아낸 연극이다. 한국적 정서를 유지하며 '패스트 라이브즈'를 만들어내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오스카에서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로 모두 지명된 네 번째 주인공이 됐다. 아시아계 여성 감독으로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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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등 최다인 열세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은 열한 부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플라워 킬링 문'은 열 부문, 그레타 거윅 감독의 '바비'는 여덟 부문, 브래들리 쿠퍼 감독의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은 일곱 부문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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