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 "경호실장도 거짓말 같이 해"
재판부 "'떳떳하다'는 피해자에 두 번 상처"
재벌 3세 혼외자를 사칭해 30억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청조(27)씨가 "제가 저지른 범행이 있으니 최대한 벌을 받고 떳떳해지고 싶다"고 밝혔다. 이러한 전씨의 말에 재판부는 "이는 피해자들에게 두 번 상처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씨는 22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병철) 심리로 열린 세 번째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공범으로 기소된 자신의 경호실장 역할을 한 이모씨(26)의 범행을 증언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전씨는 "제가 시켜서 했던 것이지 이씨가 이렇게 사기를 치자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저도 굉장히 힘들다. 많은 언론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혐의를) 단 한 건도 부인하면서 올라온 적 없다. 다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에게 올바른 걸 시키지 못해서 미안하고 여기에 같이 휘말리게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하다"면서도 "하지만 거짓말을 (이씨도) 같이 했고 파라다이스 (혼외자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다"며 "이씨도 떳떳했으면 좋겠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제가 저지른 벌에 있어서 최대한 벌을 받고 나중에 떳떳하고 올발라지고 싶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씨의 말에 김 부장판사는 "여기 법정에는 피해자들도 올 수 있고 들을 수 있다"라며 "(피해자들의) 피해도 회복되지 않았고 마음에 받은 상처가 보전되지도 않았는데 그런 말을 한다고 해서 피해가 보전되고 마음의 상처가 아물 수 있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또 "'떳떳하다', '올바르다'는 단어 사용법에 대해 잘 생각해 보라"면서 피해자에게 두 번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충고했다. 이 말을 들은 전씨는 수긍하면서 "감사하다"고 답변했다.
전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행사,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지난해 11월29일 구속기소 됐다. 전씨는 자신을 재벌 3세라고 소개하면서 세미나와 강연 등을 통해 알게 된 수강생과 지인에게 접근해 투자금 명목으로 27명에게 30억원 이상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경호실장 이씨는 전씨의 실체를 알면서도 피해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하는 등 전씨의 범행을 돕고 사기 피해금 중 약 2억원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고용주인 전씨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며 자신도 전씨에게 4500만원을 편취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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