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반도체 산업 육성 위한 정부 지원책 공개
"메가 클러스터에 622조 투자… 일자리 300만개"
"반도체 공장 세우면 일자리, 인프라 등 동반 투자"
尹 "원전은 필수… 탈원전하면 첨단산업도 포기해야"
고품질 안정적 전력 공급 필요… "민생 위해 원전 발전"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경기 남부를 관통하는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 622조원의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공장 설립·투자를 시작으로 생태계를 조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일자리 등 국내 경제 전반에 온기를 확산시키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이를 위한 지원책으로는 고품질의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원전 확대를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탈원전을 하면 반도체뿐만 아니라 첨단산업도 포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기도 수원시 소재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 반도체관에서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을 주제로 세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개최, "반도체 산업은 어느 산업보다도 민생을 풍요롭게 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물가 관리, 주거 관리에 이어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방안에 대해 기업과 지역주민, 학생 등 국민 목소리를 듣고 관계 부처가 칸막이 없이 문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윤 대통령이 '반도체 현장'을 첫 산업 분야 방문지로 선택한 배경에는 반도체 산업 육성에 '국운'을 걸겠다는 소신이 반영돼 있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찾는 등 윤 대통령은 정부 출범 전부터 반도체를 미래 전략 산업으로 지정했다. 임기 내 목표는 2027년 기준 반도체 수출액 30% 확대,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다. 취임 직전 해인 2021년 반도체 수출액(1280억달러·약 163조원)을 1700억달러까지 늘리겠다는 게 핵심이다.
尹 "반도체 산업은 전쟁… 인적·물적 지원 총 투입해야"
이날 윤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 육성 및 경쟁을 '전쟁'이라며 정부가 물적·인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반도체가 현재 산업뿐만 아니라 양자·첨단 바이오·인공지능(AI) 등 3대 미래 산업의 핵심인 만큼 전쟁처럼 국가가 총력 지원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과학기술 혁명의 퍼스트 무버가 되려면 천천히 순리대로 나가면 되는 게 아니라 국가의 모든 인적, 물적, 전략 자산을 총 투입해 치열한 속도를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경기 남부에 조성되고 있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윤 대통령은 "일단 일차적으로 약 622조원 규모의 투자를 예상하고 있다"며 "이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이) 시작됐고, 약 20년에 걸쳐 최소 양질의 일자리가 300만개 새로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이어 "당장 올해부터 향후 5년 동안만 158조원을 투자, 직·간접적 일자리가 95만개 새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현재 반도체 분야 일자리는 18만개 정도로, 메가 클러스터가 완성되면 팹(FAB)에서만 7만개의 일자리가 더 생길 것"이라며 "그리고 설계, 디자인, 후공정, 소재 분야 협력 기업 매출도 200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기업들의 반도체 산업 투자 활성화 유도, 기반 조성, 인재 육성 등을 위한 각종 정책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일단 올해 만료되는 반도체 투자 세액 공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법 효력을 더 연장해서 앞으로 투자 세액 공제를 계속해나갈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반도체 투자 세액 공제는 대기업 퍼주기라고 일각에서 지적하는 것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세액 공제로 반도체 기업 투자가 확대되면 관련 생태계 전체 기업의 수익과 일자리가 엄청나게 늘고, 국가 세수도 늘어난다"며 "결국 큰 기업을 도와주고 어려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은 거짓 선동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산업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계획도 내놨다. 윤 대통령은 인력 육성을 위한 투자를 언급하며 "반도체 전공자뿐만이 아니라 공학과 물리, 화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 경쟁력 있는 인재들이 많이 배출돼야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다"며 "연구개발(R&D) 투자라고 하는 것도 결국은 사람에 대한 투자"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남들은 만들지 못하는 아주 비싼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하는 우리 산업 구조가 돼야만 우리 모든 국민이 다른 나라보다 잘 살 수 있다"고 부연했다.
'탈원전' 비판하며 반도체 산업 육성 위한 필수 지원책으로 '원전' 지목
이날 윤 대통령이 '탈원전'을 지적하며 정부의 원전 강화 의지를 수차례 내비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원전은 필수"라며 "탈원전을 하면 반도체뿐만 아니라 첨단산업도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반도체 공장의 원활한 가동을 위해서는 고품질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원전이 확대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여기에는 신규 원전 검토를 포함한 전력공급 능력 확충에 나서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반영돼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반도체 파운드리 라인 하나를 설치하는 데 1.3GW 원전이 하나 필요하다"며 기흥 삼성전자 사업지를 언급, "전력 배송 송전 체계를 만드는 데만 10년 이상 세월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고 전기차 보급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 필요하다는 얘기로, "원전은 이제 필수"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탈원전을 하면 반도체뿐 아니라 첨단산업은 포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에서 벗어난 얘기지만 우리 민생을 살찌우기 위해서라도 원전 산업은 계속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 집중 육성에 '원전 확대'를 조건으로 내건 배경에는 원전 산업을 강화해 산업 전반의 전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복안이 담겨 있다. 윤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원전을 검토한 것도 반도체 투자, 전기차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구조 때문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세계 최대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로 조성하는 용인 특화단지에는 10G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수도권 전체 수요의 약 25% 해당한다.
더욱이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중국은 2060년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해 10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도 신규 건설 원전을 기존 6기에서 8기로 늘리고 추가로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윤 대통령 역시 원전 확대를 위한 의지를 수차례 내비친 바 있다. 정부 출범 후 한 달 만에 경남 창원에 있는 원전 산업 대표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 "5년간 바보 같은 짓을 안 하고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다면 지금 아마 경쟁자가 없었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지금의 원전산업에 대해서는 "고사 직전 상태와 같다"며 관계 부처에 선발주 등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언급하며 "최대한 시간을 단축해서 효율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원전 확대를 위한 정부의 지원책도 올해 본격화한다. 정부가 2038년까지 적용하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에 원전 4기 이상 건설을 포함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본의 핵심은 탈원전 정책을 펼쳤던 지난 정부 시절에 사라진 신규 원전 건설을 포함할지다. 11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들어가면 신한울 3·4호기 건설 계획이 반영된 2015년 7차 전기본 이후 9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담기게 된다.
앞서 윤 대통령도 "지금 원전 업계는 전시로 탈원전이란 폭탄이 터져 폐허가 된 전쟁터"라며 "비상한 각오로 무엇보다 일감, 선발주를 과감하게 해달라. 그러지 않으면 원전 업계는 못 살린다. 전시엔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는 버려야 한다"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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