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법(LUCY's law)'은 생후 6개월 미만의 어린 강아지나 고양이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공장식 번식 행위 등을 금지한 영국의 법이다. 영국 사우스웨일스의 개 번식장에서 2013년 구조된 개 '루시'는 번식장에서 6년 동안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다 2013년 새로운 가정에 입양됐으나, 뇌전증과 관절염 등을 앓다가 2016년 사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국의 동물단체 '펍에이드(Pup Aid)'가 공장식 번식의 문제점을 사회에 알리면서 2018년 루시법이 제정됐다.
한국에는 국가의 허가를 받은 공장식 번식장만 2177개가 있다. 번식장에서 태어난 강아지는 어미 개와 자연스러운 교감 속에서 배워야 할 것들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생후 2개월도 되기 전에 젖도 못 떼고 강제로 분리돼 펫숍에 인형처럼 진열됐다 팔려나간다. 숍에서 주인을 만난 강아지는 운이 좋으면 사람의 가족으로 살다 무지개다리를 건너지만, 쉽게 들인 만큼 쉽게 버림받는다. 번식장에서 죽은 개는 쓰레기봉투에 담겨 버려진다.
최근 반려동물 번식장에서 동물 학대 사건이 지속 발생하자 '한국판 루시법' 도입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14만여명이 지지 서명도 했다. 국회에서도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지난달 생후 6개월 미만의 강아지나 고양이 판매 및 제3자 거래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동물보호법 개정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그러나 여론은 엇갈린다. 동물권 단체들은 빠른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종사자들은 강아지를 생산·유통하는 것은 생업·생존권 문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일간지 레제코(Les Echos)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한국 가정이 10년 전에는 360만가구였는데 2022년 기준으로 600여만가구로 늘어났고, 아기용 유아차보다 반려동물용 소위 '개모차'가 더 많이 팔렸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59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데, 개모차가 유모차보다 더 많이 팔린 현실이 세계의 관심을 끈 것이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성장과 함께 반려동물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변해가고 있다. 개 식용 금지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2027년부터 개 사육, 도살, 유통 등이 전면 금지되고, 전북 정읍시는 동물 학대 논란이 있던 소싸움을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폐지했다.
'개통령' 강형욱 반려견 훈련사가 강연에서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동물의 복지가 사람의 복지를 우선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도 먹고살기 힘든 세상에 무슨 동물복지냐 라고 하지만, 개는 사람이 키운다. 동물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은 사람을 존중할 줄 안다. 아동복지와 노인복지가 잘돼 있는 나라들은 반려견도 잘 키운다"고 했다.
마하트마 간디도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에서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 나는 나약한 동물일수록 인간의 잔인함으로부터 더욱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동물도 사람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기대하며, 한국판 루시법 제정을 기다린다.
김종화 콘텐츠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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