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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유일' 깡촌서 채취하는 모래에 반도체 미래 달렸다 [테크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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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원료 초고순도 실리카 샌드
전 세계서 오직 한 곳에서만 나와
반도체 산업 시작 된 美 시골 마을

현대 반도체 기판(웨이퍼)의 원료인 실리콘을 모래로 만든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든 모래를 웨이퍼로 가공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일명 '실리카 샌드'라 불리는 모래 종류만이 반도체를 만들 수 있지요. 이 모래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한 작은 마을에서만 구할 수 있습니다.


인구 2000명 美 시골 마을, 반도체 산업의 시작점 되다
'전 세계에서 유일' 깡촌서 채취하는 모래에 반도체 미래 달렸다 [테크토크] 스프루스 파인의 실리카 샌드 채굴장 [이미지출처=시벨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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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캐롤라이나주 미첼 카운티에는 '스프루스 파인'이라는 한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위키피디아를 보면 2020년 인구 조사 기준 거주민 2000명에 불과한 시골 마을입니다. 워낙 작은 마을이라 미국 내에서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마을에는 현시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원료로 쓸 수 있는 실리콘 순도를 가진 모래가 나옵니다. 하얗고 세밀한 입자가 특징으로, 마치 모래사장이나 골프장 모랫바닥을 연상케 하는 모래입니다. 바로 이 모래가 반도체 웨이퍼의 원료입니다.


스프루스 파인의 모래 사업은 1900년대 초부터 이미 시작됐습니다. 당시 미국인들은 스프루스 파인에 철도와 거주지를 세우고 모래를 비롯한 여러 광물을 채굴했지요. 당시에도 스프루스 파인의 흰 모래는 많은 이의 이목을 끌었지만, 이때만 해도 이 모래는 그저 유리 제작용으로 쓰였습니다.


스프루스 파인 모래의 진가가 알려진 건 1950년대 중반부터입니다. 미국 초기 반도체 산업의 태동기였지요. 당시 미국의 반도체 공학자들은 실리콘 기반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기판으로 쓸 원료가 될 고순도 모래를 물색 중이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유일' 깡촌서 채취하는 모래에 반도체 미래 달렸다 [테크토크]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기판의 원료를 정제해 공급하는 시벨코 미 스프루스 파인 공장 [이미지출처=시벨코]

하지만 일반 모래로는 반도체를 만들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실리콘 입자가 풍부하게 함유된 ‘실리카 샌드’들도 반도체 소재로는 쓰기 힘들었습니다. 대부분의 모래는 실리콘의 구성 원소인 규소 외에도 다양한 이물질이 끼어 있기 때문입니다. 99.99999999999%의 순도를 가진 모래로만 실리콘 웨이퍼를 만들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수천 개의 모래 샘플을 실험한 끝에 스프루스 파인의 초고순도 실리카 샌드를 찾아냈고, 그렇게 오늘날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컴퓨터 칩'이 만들어진 겁니다.


처리 시설 단 한 곳만 멈춰도 전 세계 반도체 '올 스탑'

그렇다면 이 귀중한 실리카 샌드는 누가 채굴해 실리콘으로 만들까요. '유니민(Unimin)'이라는 단 한 기업이 스프루스 파인의 모래 채굴을 거의 독점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현재 벨기에 기반의 다국적 광물 기업인 '시벨코(Sibelco)' 소속이지요.


실리카 샌드가 있다고 곧바로 웨이퍼가 나오는 건 아닙니다. 실리카 샌드를 다시 정제해서 더 순수한 실리콘을 뽑아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시벨코는 업계에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는 '쵸크랄스키 공정'을 통해 모래에서 순수한 실리콘을 뽑아낸 뒤 도가니로 만듭니다. 이 도가니는 다시 기둥 형태의 잉곳이 되고, 잉곳을 가늘게 자른 뒤 표면을 연마해 매끈하게 만들면, 비로소 모든 반도체의 시작점인 웨이퍼가 됩니다.


'전 세계에서 유일' 깡촌서 채취하는 모래에 반도체 미래 달렸다 [테크토크] 정제된 실리카 샌드는 실리콘 잉곳으로 만든 뒤 얇게 잘라 반도체 기판이 된다. 즉 실리카 샌드 없이는 반도체의 전 생산 과정이 정지한다. [이미지출처=日 반도체 기업 후지쯔 홈페이지]

반도체 웨이퍼를 만들 수 있는 초고순도의 실리카 샌드는 '아이오타(IOTA)' 규격이라 불립니다. 현재까지 아이오타 규격의 실리카 샌드는 스프루스 파인에서만 발견됐습니다. 즉, 인구 2000명 남짓한 이 작은 마을이 모든 반도체 산업의 시작점인 셈입니다.


만일 스프루스 파인의 채굴지에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어떻게 될까요. 실제 2008년 스프루스 파인의 잉곳 생산 시설 중 한 곳에서 화재가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아이오타 규격 모래 공급이 잠시 일체 중단됐고, 그것만으로도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마비될 뻔했지요.


학자들도 스프루스 파인을 대체할 또 다른 실리카 모래 후보군을 찾는 데 열중하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소득은 없습니다. 지구상에서 순도 99.99999999999%의 실리카 모래가 나오는 곳은 지금도 스프루스 파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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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의 특징은 글로벌 단위의 분업화, 그리고 소수 기업에 극단적으로 쏠려 있는 공급망을 들 수 있습니다. 위탁생산 제조업 1위 대만 TSMC, 첨단 EUV 노광기를 사실상 독점 제조하는 네덜란드 ASML 등이 대표적이지요. 스프루스 파인은 인류 문명을 지탱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는 컴퓨터 칩의 생산 과정이 실제로는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입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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