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금리를 인하하기엔 너무 이르다." 디스인플레이션 추세를 보여왔던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 중반으로 다시 반등한 가운데 로레타 메스터 미국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오는 3월 첫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감을 일축했다.
메스터 총재는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내 생각에 3월은 (인플레이션 완화 등에 대한) 더 많은 증거를 봐야 하기에 금리 인하를 예상하기엔 아마도 너무 이를 수 있다(probably too early)"면서 이같이 밝혔다.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을 갖고 있는 메스터 총재는 최근 2년간 꾸준하게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주장해 온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다.
메스터 총재의 이러한 발언은 시장 예상을 웃도는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공개된 직후 나왔다. 그는 "12월 CPI 보고서는 해야 할 일이 더 많음을 보여줬다"면서 "이는 제약적인 통화정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거비 측면에서 더 많은 디스인플레이션 진전이 확인돼야 하고, 임금 상승률 역시 둔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4%, 전월 대비 0.3% 상승해 월가 예상치를 웃돌았다. 전년 대비 상승률은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메스터 총재는 "우리는 인플레이션 진전이 멈추는 것을 분명 원하지 않고, 이번 보고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암시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같은 날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12월 CPI가 "예상대로(about as expected)였다"고 진단했다. 상품 인플레이션은 완화했으나 서비스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끈적하다는 평가다. 그는 "상품과 서비스 사이에 여전히 단절이 있다"면서 더 광범위한 개선이 이뤄져야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리 판단하고 싶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CPI 상승률이 3%대 중반으로 반등하면서 올해 금리 인하 결정을 앞둔 연방준비제도(Fed)의 고민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애나 웡 이코노미스트는 "12월의 놀랍도록 강한 CPI 수치는 2% 물가안정목표로의 복귀가 험난하고 마지막 단계(라스트마일)가 어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글로벌X의 존 마이어 최고투자책임자는 "Fed가 이러한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해 제약적 통화정책 기조를 잠재적으로 강화하거나 유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같은 날 공개된 실업지표 역시 여전히 견조한 노동시장을 재확인시켰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12월 31∼1월 6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1000건 줄어든 20만2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가 전망치 21만건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다만 금리선물시장에서는 여전히 오는 3월 인하 시나리오가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은 현재 Fed가 3월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을 70%이상 반영 중이다. 앞서 Fed는 작년 12월 FOMC 직후 새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앙값을 4.6%로 제시하며 연내 세 차례 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 상태다. 현재 금리는 5.25~5.5%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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