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객 문화 명성에…고객 갑질로 업장 골머리
구체적 사례 명시…고지 이후 숙박 거부 가능
앞으로 일본 호텔과 료칸 등에서 고객이 부당한 요구 등 이른바 '갑질'을 할 경우 업장에서 숙박을 거부할 수 있다. 그간 일본 숙박업체들은 손님의 요구에는 무조건 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으나 도를 넘은 갑질이 많다는 지적이 일자 정부가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10일 일본 정부홍보온라인은 지난달 13일부 정부가 숙박 거부가 가능한 조건을 명시한 여관업법 개정안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법안에서는 숙박 거부를 할 수 있는 구체적 사례를 명시했다. 먼저 고객이 부당한 할인·방 업그레이드·레이트 체크아웃·얼리 체크인·신청하지 않은 픽업 등 다른 투숙객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에 비해 과도한 서비스를 반복적으로 요구할 경우다. 또한 고객이 종업원에게 자신이 묵는 방의 위아래층, 그리고 양 옆방에 투숙객을 들여보내지 말 것을 지속해서 요청해도 업장은 숙박을 거부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종업원 한 명을 지정해 자신만을 응대하게 하거나, 특정인을 출근시키지 말라고 반복적으로 요구할 경우 ▲무릎 꿇기 등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방법으로 사과를 거듭 요구할 경우 ▲만취한 고객이 종업원에게 장시간 자신을 간호할 것을 요구할 경우 ▲종업원에게 대면이나 전화, 메일을 통해 장시간 질책하거나 질책하며 부당한 요구를 할 경우 ▲내용은 정당하나 폭력이나 폭언 등을 행사할 경우에도 고객을 들여보내지 않을 수 있다.
심지어 이번 개정안에는 폭력이나 폭언 등 문제가 있는 요구 방법의 구체적인 예시까지 명시했다. 폭행, 상해, 협박, 명예훼손, 무릎 꿇기 요구, 모욕, 폭언 등이다. 개정안은 영업장이 먼저 "그런 요구에 응할 수 없지만 숙박 자체는 받아들이겠다"고 설명한 뒤, 그런데도 고객의 갑질이 계속될 경우 숙박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장애인이 편리한 투숙을 위해 업장에 요구하는 것은 예외로 두기로 했다. 예를 들어 청각 장애인이 긴급시 연락 방법으로 프런트 근처 객실을 부탁하거나 시각 장애인이 방까지 안내를 원할 경우다.
이 밖에도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이 조용한 환경의 방을 제공해달라 요청하는 것도 합당하다고 봤다. 또한 장애인이 업장에서 차별받았다고 사과를 요구할 경우 업장은 이에 응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은 법안보다는 실제 사례 모음집에 가까워 일본에서도 "이렇게까지 고객 갑질이 다양한가"라며 놀랐다는 반응이다.
일본 정부가 이렇게까지 나서는 이유는 숙박업이 고객 갑질이 심한 대표 업종이기 때문이다. 숙박업은 일본 특유의 환대와 접객 문화를 보여주는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의 대표 업종으로 꼽힌다. 그간 고객의 웬만한 요구에 대응하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이 문화가 서비스업의 고충을 가중했다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이다. 전국여관호텔생활위생동업조합연합회가 2021년 8월 실시한 조사에서 호텔이나 여관 영업자의 46.4%가 고객 갑질로 대응을 고심한 사례가 있었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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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야마 코지로 요코하마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일본 한 온라인 매체에 "이번 여관업법 개정은 결국 업장과 투숙객 쌍방에게 유리한 것"이라며 "여관은 숙박 거부를 할 수 있는 경우가 명확해진 것에 큰 의미를 가지며, 고객도 자신이 도를 넘지 않는 선을 재확인을 할 수 있어 모두에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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