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병원 기부한다더니…상품 홍보하고 뒷돈
멜로니 총리까지 나서서 비판의 목소리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패션 인플루언서 키아나 페라니(36)가 가짜 기부 논란에 휘말렸다. 이에 페라니를 모델로 내세운 광고가 잇따라 취소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5일(현지시간) “코카콜라가 페라니를 모델로 내세운 TV 광고를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이 광고는 이탈리아의 국민 가요제인 ‘산레모 가요제’ 개막 직전인 이달 말부터 방송될 예정이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의 안경테 제조업체 사필로 역시 페라니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해지했다.
페라니는 2009년 패션 블로그를 운영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무려 300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슈퍼 인플루언서다. 2017년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전 세계 패션 인플루언서 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페라니의 가짜 기부 논란이 불거진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당시 그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사고 어린이 병원에 기부도 하자”며 제과업체 발로코와 협업해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출시했다.
페라니는 자신이 직접 케이크를 디자인했다고 소개했으며, 그의 디자인 라벨이 붙은 케이크는 통상 가격의 두 배 이상인 개당 9유로(약 1만3000원)에 판매됐다.
그러나 이탈리아 반독점 당국의 조사 결과 페라니의 말처럼 크리스마스 케이크 판매금이 어린이 병원에 기부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금은 발로코가 케이크 출시 몇 달 전에 어린이 병원에 기부한 5만유로(약 7200만원)가 전부였다.
페라니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홍보하는 조건으로 발로코 측으로부터 100만유로(약 14억4000만원) 이상의 액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독점 당국은 페라니와 발로코가 담합해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판단, 페라니와 발로코에 각각 107만5000유로(약 15억5000만원), 42만유로(약 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논란은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결국 조르자 멜로니 총리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등, 페라니가 인플루언서로서 이미지에 입을 타격은 적지 않아 보인다.
페라니는 지난달 1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과 영상을 올려 “상업적 활동과 자선 활동을 연계하는 선의의 실수를 저질렀다”며 “어린이 병원에 100만유로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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