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남부 집중 공격
트리 불 끄고 썰렁한 상점…행사 대폭 축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등 세계 각지에서 전쟁의 고통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구촌은 우울한 성탄절을 맞이했다.
24일(현지시간)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성탄 전날에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가자지구 남부 라파, 칸 유니스 등지에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집중되며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밤사이 육해공 전력이 가자지구에서 약 200개의 테러리스트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유엔 직원을 포함한 한 대가족 70여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시내각 회의에서 최근 미국이 이스라엘에 군사행동 강도를 확대하지 않도록 요구했다는 관측을 일축하며 "이스라엘은 주권국가다. 우리의 군사적 결정은 우리의 계산에 기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또한 전날 자국군 9명이 숨지며 지난 10월 7일 전쟁 발발 이후 전사자가 총 152명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전쟁 속에서 두 번째 성탄절을 맞은 우크라이나는 올해도 스산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다. 러시아가 겨울을 겨냥해 발전소 등 기반 시설을 공격하며 우크라이나는 또다시 전기, 난방, 물 공급 부족 사태에 시달리고 있다.
다만, 올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향력 지우기'의 일환으로 율리우스력 기준으로 1월 7일에 성탄절을 기념하는 러시아 정교회 관행과 결별하며 100년 만에 처음으로 12월 25일에 성탄절을 기념하는 만큼 작년보다 다채로운 성탄 행사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예수 탄생지로 알려진 요르단강 서안의 도시 베들레헴은 물론 시리아와 레바논 등 기독교인이 있는 중동 국가에서는 성탄절 행사를 취소하거나 대폭 축소했다. 베들레헴은 매년 성탄절에 화려한 트리 점등식과 퍼레이드 등 성대한 축하 행사가 진행됐으나 올해는 어느 것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베들레헴에서 불과 70km 떨어진 가자지구에서 2만명이 넘게 숨지면 도시 전체가 슬픔에 잠겼기 때이다.
기독교 교회가 있는 시리아에서도 크리스마스 장식이 완전히 사라졌다. 시리아 북부의 중심 도시인 아지아의 광장에는 12월이 되면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지고 조명과 장식 등으로 화려한 모습을 자랑했지만 올해는 자취를 감췄다.
시리아 가톨릭교회 교회 소속 모르 디오니시우스 앙투안 샤흐다 대주교는 "시리아에서는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폭격 희생자들과 연대해 교회에서 열린 모든 공식 기념행사와 환영 행사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소진 기자 adsurd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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