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증시 회복기 겪은 세대"
'단타'보다는 '장타'가 특징
투자보다 예·적금으로 돈을 묶어두는 경향이 컸던 일본에서 개인 주식 투자자들이 부쩍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의 장기침체 이후 태어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주식투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일본에서 나타나고 있는 경기회복 및 주가회복세에 MZ세대들의 투심이 쏠리면서 그동안 극단적으로 정체돼있던 일본 증시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은 라쿠텐 증권의 종합계좌 수를 인용, MZ세대의 주식 열풍에 힘입어 라쿠텐 증권의 종합계좌수가 이달 들어 1000만개가 넘을 정도로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9월 신규계좌수는 올해 1~6월 반기 월평균 대비 70%, 12월에는 반기대비 2.5배까지 신규계좌수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쿠텐 증권 관계자는 "신규 계좌의 60% 이상이 30대 이하의 젊은 세대 계좌"라고 전했다.
일본에서 MZ세대의 주식투자 열풍은 올해 내내 이어지고 있다. 일본예탁결제기관(JASDEC)에 따르면 30대 이하 주주는 지난 6월 말 기준 196만명으로, 5년 전 118만명과 비교해 약 70% 증가했다.
MZ투자자들은 '하락장에서 사고 상승장에서 매도한다'는 일반적인 룰을 지키기보다, 상승장이라도 장기 보유를 위해 주식 매입을 고려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SMBC 닛코증권 관계자는 "일본 주식의 장기적인 상승을 전제로 투자자들이 항시적인 매수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니케이는 "버블 경제 붕괴를 목격한 50대 이상 세대에게는 일본 주식은 장이 침체했다는 인상이 남아있다"며 "반면 그보다 10년 이후 직장인이 된 유토리 세대(2030)나 Z세대는 기본적으로 상승장밖에 모르기 때문에 투자에 적극적"이라고 분석했다. 투자 서비스 기업 피델리티 인스티튜트의 우라타 하루카 수석연구원은 "이제 일본에서 예금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게 됐다"며 "세대교체는 착실히 진행될 것 같다"고 전했다.
여기에 일본 정부의 투자 활성화 정책도 앞으로 개인투자를 더 활성화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개인 투자 촉진을 위해 2024년부터 '신(新) NISA(소액투자비과세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해당하는 것으로, 일본 금융청은 내년 1월부터 NISA의 최대 비과세 한도를 기존 800만엔(7300만원)에서 1800만엔(1억6400만원)으로 상향한다.
이에 일본 내에서도 'NISA로 투자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향후 개인 투자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키쿠치 마사토시 미즈호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는 'NISA 확대로 일본의 개인투자자 주식 매입액은 연간 3000억엔(2조738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며 "수급 개선에 일정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니케이에 따르면 NISA를 통한 투자가 활발해져 신규 계좌 개설 수가 연간 150만건, 계좌 1개 매입 금액이 30만엔(273만원) 정도로 늘어나면, 5년간 이를 통한 주식 순매수액은 9조7000억엔(88조5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 폭락으로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을 전부 매각했던 2015~2019년의 순매도액을 흡수할 수 있는 규모다.
급격한 엔화 약세가 차차 진정되면서 해외 투자자도 일본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자산운용기업 오크트리 캐피털의 하워드 막스 회장은 "일본의 많은 가계 자산이 은행에 잠들어 있다.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이라고 전했다. 니케이는 "일본 개인 투자자들은 디플레이션의 세계에 오래 잠겨왔다. 그 자산운용 의식의 변화를 해외 업체들도 주시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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